오늘 당신이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 오늘은 모두가 기다리던 날이다. 바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날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들 ‘어벤져스: 엔드게임’ 얘기뿐이다. 다들 내가 오늘 저녁 예매해둔 ‘어벤져스 : 엔드게임’ 티켓을 취소해야 해서 마음이 심란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심란한 마음도 잊을 겸 나는 독야청청하게 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뒷북이지만 어제(4월 23일)는 유네스코가 정한 책의 날이었다.(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1995년 유네스코는 세계인의 독서 증진을 위해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제정했다. 물론 그 전날인 4월 22일이 지구의 날이라고 해서 그날만 파란 별 지구를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닌 것처럼 책의 날에만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드는 의문. 4월 23일은 왜 책의 날일까. 그건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바로 4월 23일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아침에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보니 책의 날 기원에 대한 다른 얘기가 있더라. 4월 23일은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이었던 것이다.(혹시 나만 몰랐던 걸까.)
이날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책과 장미의 축제’를 연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풍습이라고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남성은 여성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고 여성은 남성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고 한다. 남녀 모두 책도 받고 꽃도 받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내가 들어본 풍습 중에 가장 괜찮은 축에 속하는 얘기인 거 같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책 선물은 (친구, 연인, 가족 할 거 없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일 치고 상당히 많은 고민과 품을 요하는 일이다. 사람과 책을 둘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상대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무슨 목적으로 책을 읽는지, 또 (가장 중요한) 이미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은 서점에 코너 하나가 설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재미와 교훈과 감동을 다 담고 있지만 너무 어렵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알려지지도 않아서 상대가 이름은 얼핏 들어봤지만 읽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그래서 상대가 받자마자 좋아할 책들’ 뭐 이런 식으로. 상까지 받았으면 더 좋다.
처음에 웃자고 한 얘기지만 글을 마무리해보자. 책을 읽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책을 선물하고 받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일이고. 그만큼 힘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 건 확실하다. 그러니까 책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 책의 날은 하루가 아니라 며칠의 유예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무슨 책을 선물할지 시간을 준 다음에 ‘내일은 책을 선물하는 날이랍니다’라고 소개해야 할 것 아닌가.
이 글을 본 뒤 이번 주말 누군가를 만난다면 책 선물을 해보자. 소설도 좋고 시집도 좋고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엔 자기 계발서도 나쁘지 않다. 이럴 때를 위해 베스트셀러 서가에는 보노보노와 곰돌이 푸가 활짝 웃고 있다. 뭐가 됐든. 꽃 선물은 업투유. 그리고 잊지 말고 알려주자. 그 책의 부제는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꽤나 노력했답니다’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