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혼자 집 구하기
케냐에 도착하고 가장 막막했던 일 중 하나는 바로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따로 집을 구하러 다녀본 적이 없었기에 타지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시작부터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집을 구하기에 앞서, 먼저 따져보아야 할 우선순위를 세워보았다.
첫번째, 안전한 집
...
두번째, 안전한 집
...
세번째, 안전한 집
.......
아무리 말하고 생각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었다.
나는 따로 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니며 집을 알아보았다. 회사 근처 컴파운드를 돌아다니면서 가드들에게 이쪽에 빈집이 있는지 물어보며 약속을 잡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찾아 전화번호를 남겨가며 집을 둘러보기도 했다. 매일 매일 1주 정도 집을 알아보다가 다행히도 안전하고, 적당한 가격과 크기의 풀퍼니시드(Full Furnished) 아파트를 구했다. 결정 후 1주 정도 집주인과 계약서를 주고 받으며 확인했고, 그 후 직접 만나서 사인, 그리고 이사까지 마치고 이제는 어느덧 익숙하게 '우리집'이 되었다. 물론 계약 과정도 꽤나 복잡했고, 보증금으로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따로 마당도 없는 작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햇빛도 잘 들고, 바람도 잘 들어 살아 갈수록 정이 든다. 살 터전에 정이 드니 낯설었던 케냐도 점점 좋아진다. 일주일에 3-4번씩 있는 정전과 단수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휴일에 응급실에 갔더니 6시간을 기다려야했지만, 이런 일들도 이제 이곳 나름의 생활 방식으로 받아드리는 넓은 마음도 생긴다. 새벽마다 울리는 새의 지저귐은 나의 아침을 고요하게 깨우고, 피곤하고 바쁜 업무 속에서도 올려다보는 하늘이 주는 위로는 따스하다. 그리고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벌러덩 드러누울 수 있는 나의 스윗홈은 가장 큰 안식이 되어준다. 이 큰 나라의 작은 공간하나 빌렸을 뿐인데 그 공간이 나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집을 구했어도 나는 이곳에 참 어색한 '무중구'이다. 하지만 한걸음씩 나아가며 나의 터전을 일구어가고 있다. 새로운 삶 속으로 더 용기내어 다가간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리고 끝내 완벽해질 수 없더라도, 시간이 흐른 후 이곳을 기억했을 때 이런 사소한 모든 과정들이 나를 성장시켜주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케냐가 그런 따스한 곳이 되어주길 바라며, 무중구의 삶을 즐기고 있다.
*'무중구'란 스와힐리어로 '외국인'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