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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Dec 21. 2021

새벽 3시, 펑펑 내리는 눈.

눈은 꾸미지 않는다.

인기척에 일어난 새벽. 시간은 3시. 꿈을 꾼 것도 아닌데 순간적으로 눈을 확 떠버렸다. 창문을 열었다. 어젯밤부터 눈이 내리더니 새벽에는 펑펑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의 밤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뭔가 어둠이 가고 빛이 내리기 전의 순간처럼 눈이 내리는 장면이 훤히 다 보였다. 두 눈을 의심했지만 눈은 정말 선명하게 보였다.



 가만히 지켜보다 평소 좋아하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 Railroad man)을 틀었다. 광활한 눈과 대지의 풍경에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음악이 분위기를 한껏 더 몽환적이게 만들었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혼자 생각했다. 오늘이 내 인생에 마지막이라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풍경도 마지막이겠지?, 눈은 결국 쌓이고 녹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한낯 잠시 왔다가 떠나가는 것이겠지?, 다시 눈을 감고 만약 일어나지 못한다면 나는 이 내리는 눈처럼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일까?




 별의별 잡다한 생각을 하다가 조금 더 풍경을 감상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다시는 내 인생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좀 더 눈에 담고 싶었다. 어쩌면 정말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자연현상의 시간 연장일 뿐일 것이다. 꽃이 피고 지고, 눈이 내리고 녹고, 새벽이 오고 아침이 오는 것처럼. 살아 숨쉬는 자연, 생명체의 모든 것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꽃들은 자기 자신이 되어 피지, 누군가가 되어 피지 않는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백합은 백합으로,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로. 각자의 꽃을 피운다. 그것들은 각자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인간은 너무나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하고 자신이 아닌 남이 되려고 한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남들을 본다. 그러나 진짜 아름다움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다. 날것의 본질적인 것이 자기 자신만의 아름다움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새벽녘 내리는 눈도 꾸미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펑펑 내렸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눈을 통해 다시 한 번 참 아름다움을 깨닫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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