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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Jan 31. 2022

집착과 내려놓음 사이.

내 삶의 리듬과 속도를 찾자.

  최근 프리스타일의 ‘수취인 불명’이라는 노래를 매드클라운과 이해리가 리메이크 한 노래를 들었다. “잘 지내니? 나는 요즘 그냥 그렇게 살아”라는 첫 가사를 듣자마자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20대 초반의 연애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사람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다. 20대 때부터 조금 그런 거 같은데, 지금은 나조차도 신기할 정도로 아예 내려놨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상대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집착’이 나에게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때의 여자 친구와도 만남의 횟수 때문에 늘 싸웠던 것 같다. 늘 붙어 있기를 바랐던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두기를 바랐던 나. 우리는 두 번을 교제했지만 서로의 온도를 맞추지 못했고 결국 완전히 이별했다.          



 20대 후반, 밴드를 할 시절엔 하루에 3~4시간을 잤던 것 같다. 야간근무를 마치고도 아침에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재밌었기도 했고 계속 발전하고 잘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뤄내야겠다는 의지와 잘해야겠다는 집착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얻는 것도 많았지만 결론은 정말 힘들었다. 그때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시절에 가장 큰 성장을 이뤘지만 다시는 20대 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성장과 꿈을 빌미로 노력했던 순간들을 다시 하기엔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이제 여유로운 삶을 살자고 마음먹고 지금은 독서 말고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 음악도 운동도 안 하고 대신 밥도 잘 챙겨 먹고 잠도 푹 잔다. 책도 읽고 싶을 때 읽고 읽고 싶지 않을 때는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그러나 여기에도 안 좋은 점은 있었다. 너무 여유롭게 살자고 했던 삶이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과 게으름으로 변해갔다. 해야 될 일도 계속 미루고..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또 노력하자라는 병이 도지는가 싶었지만.. 며칠 지나니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과 집착의 삶도 살아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도 살아보니 어느 정도의 중간의 접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런 삶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적절한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게 강렬하게 다시 온다면 또 노력할 생각은 있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땐 하루 종일 잘 생각도 있다. 횟수만 줄어들 뿐.


          


 뭘 하든 과한 집착은 나에게 좋지 않다. 집착이 꿈과 다른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특히 사람에게 가면 늘 결과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을 빌미로 상대를 집착하고 내 안에 가두는 것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드는 즉,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적당한 집착은 나를 움직이게 하고, 적당한 내려놓음은 나 자신을 쉬게 한다. 남들이 뭐라던 나에게 딱 알 맞는 내 삶의 리듬과 속도를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방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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