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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H Dec 22. 2021

누군가는 그랬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하루는 책상 서랍을 뒤져보다가 버리지 못한 작은 상자 여러 개를 발견했어요. 그중에서 유난히 달그락 소리가 심한 상자를 열어보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1-2천 원짜리 우정 반지 여러 개가 엉겨있더라고요. 그때 당시에는 우리의 우정을 상징하는 징표라고 하면서 엄청난 의미 부여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것을 빼놓는 순간부터 우리의 우정도 사라지는 거라며 진지하게 생각했던 그런 반지였어요.


 이렇게 우정반지까지 나누면서 결의를 다졌지만 결말은 대부분 새드엔딩이었어요.


저는 친구 여러 명과 두루두루 지내더라도 그중 가장 친한 한 사람에게 더 집중하는 편인데, 다른 친구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야지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거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끼면서도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그렇게 해야지만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점 멀어졌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가락에서 반지는 뺐지만 그때 완전히 지우지 못한 미련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만큼 어릴 때는 친구는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인건 맞아요. 그런데 아직 다양한 경험과 이해심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소한 다툼에 틀어지고 서로 시기 질투를 하면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친구를 미워하고 다른 무리에 가서 험담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는 어떻게 해야 이성적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지 잘 몰랐으니까요. 그냥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을 미워해야 하는 걸로 여겼고 슬픔을 분노로 표출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친구와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에는 싸웠던 일만 있지 않아요. 부모님 사정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게 되면서 관계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간다는 사실은 학년이 바뀌면서 다른 반이 되는 슬픔보다 더한 슬픈 감정이 밀려드게 되는데 그때부터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듯이 우정도 마찬가지로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던 거 같아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꼭 남녀 사이 연애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어요. 평소에는 멀리서 연락을 주고받다가 어쩌다 한 번씩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한걸음에 달려와서 옆에 같이 있어줄 수는 없는 아쉬움은 충분히 친구 관계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렇게 우리 대부분이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상실감은 '친구'한테서 먼저 배우게 돼요. 그러면서 영원건 절대 없기 때문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에 의미를 점점 깨닫기 시작하는 거 같아요.


이때는 수많은 형태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친구라는 존재를 가장 크게 느끼면서 힘들어하고 또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하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갖춰나가게 돼요.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놓인 상황이 전부인 거 같고 단단할 줄 알았던 나의 세계가 속절없이 무너지다 보니 사람 관계에서 처음 느껴보는 허탈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언제나처럼 지속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주변에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우정질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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