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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H Feb 23. 2022

두 번이 한 번으로 바뀔 때

뚜벅이 인생의 흐름

고2 18세 생일이 다가오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라는 우편물이 받게 돼. 

이 말 뜻은 약 2년 정도 지나면 성인이 된다는 뜻이야.


성인이 되면 당당하게 민증을 내밀고 술을 마실 수 있고 시청 연령 제한 없이 영화도 볼 수 있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설레는 일들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의 무게만큼 책임져야 하는 일이 늘어나.  


여기서 유제품 냄새 폴폴 나는 라떼 얘기를 해보면.... 


20살 이후에 핸드폰 기종을 바꾸려 하니 더 이상 청소년 요금제를 쓸 수 없게 됐어. 어떤 때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 하는데 소리가 한 번만 울리고 어른 기본요금이 찍혔어. 그때까지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가며 주기적으로 교통카드를 충전하면서 다녔었는데, 그 주기가 빨라질 거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쓰라리더라고. 


그동안 청소년 혜택을 많이 보면서 다녔는데 수험표 할인 혜택을 끝으로 더 이상은 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으면서 느끼는 공허함,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이 더 커졌어.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내 삶의 대중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편이었는데, 대학교도 서울 한복판을 가로질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 보니 교통 카드 사용액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더라고. 


고등학교 때는 환승과 추가 요금이 붙는 거 없이 버스 하나만 타면 등하교를 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먼 곳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려 하니 버스 -> 지하철 1 -> 지하철 2 이렇게 환승을 하니 추가 요금이 300 -400원씩 붙더라고. 어른 기본요금 +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이라는 환상의 콜라보 덕분에 충전할 때 걸리는 시간과 동선을 머릿속으로 엄청 계산하면서 다닐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성인이 되고 나서 버스를 탈 때마다 두 번씩 소리를 내며 찍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유모를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던 거 같아.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 요금도 오르고 있기는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적은 돈으로 나를 멀리까지 태워다 주는 고마운 수단으로써 나의 하루 중 상당 부분 같이 했던 공간이기도 하다는 건 여전히 변함이 없어. 나뿐만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속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또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는 말에 엄청 공감할 거야. 


별의별 일을 많이 겪기도 했고 여전히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뚜벅이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죽을 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거라 생각해.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라 해도 개인 운전기사가 있지 않는 이상 가끔씩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야. 


실제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좋을 대중교통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해.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몰라. 지극히 개인이 겪은 일이지만 남일 같지 않은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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