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중 시진이라는 녀석이 있다. 가끔 그 친구의 삶에 누군가 조언을 가장한 오지랖을 보일 때면, 밝은 미소로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답을 한다. 처음 이 말을 실제로 하는 친구를 보고, 충격과 동시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언'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결국 오지랖에 불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말이다.
우리가 앞으로 달라지겠노라 다짐하면 주변 사람들은 갑자기 달라진 당신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좋게는 ‘무슨 일이 있냐’부터 안 좋게는 ‘굳이 그런 거 안 써도 잘 산다. 얼마나 가는지 보자’ 등 이런 식의 말까지 다양한 말을 듣는다. 나 또한 플래너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온갖 조언과 오지랖을 들었다. 어떨 때는 ‘그니까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대체 뭔데? 그게 지금 너한테 중요해?. 그게 가능해?. 답답하네.’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의 목표들을 하나하나 그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시간이 지나 내가 세운 목표들을 결과물로 보여주면 그만인 것이다.
독자들은 ‘포도와 여우’라는 동화를 알고 있는가?. 이 이야기는 여우가 나무 높이 달려있는 포도를 먹고 싶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포도를 먹으려 노력하지만, 결국 여우는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는 저 나무에 걸려있는 포도가 신 포도일 것이라 자기 승리하고 떠나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르상티망(Ressentiment)'말로 정의를 했다. 르상티망을 여느 철학 입문서를 보면 '강자에게 느끼는 열등감, 질투, 증오 등이 섞인 감정'라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축약하면 '질투심'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질투를 느끼지만 결국에는 목표에 대해 안 좋은 가치관을 심으면서 필요 없는 것이라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우리 사회의 현재를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 더 나아가 동화 속 여우처럼 자기 승리만 하고 떠나면 상관이 없는데, 다른 여우가 노력하는 것까지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비슷하게 과거 대학원 진학을 마음먹은 순간, 전교 꼴찌였었던 내게 수많은 걱정과 우려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대학원 진학 상담을 위해 여러 교수님과 컨택을 하던 중 어느 대학 교수님은 갑자기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왜 대학원에 가고자 하냐’라는 질문을 했었다. 나의 답은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였다.
나의 답을 듣고는 이미 가지고 계신 정답과는 달랐는지, ‘그런 생각으로는 대학원 가면 안 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장장 2시간가량의 조언인지 꾸지람인지를 듣고 그곳에서 나오는 순간, 정말 대학원에 갈 사람들은 하나의 답을 가지고 진학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 교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결국 대학원에 진학했다. 문득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답변이 궁금했다. 누군가는 도피였으며, 다른 누군가는 신분 상승을 위해 누군가는 박사라는 이름이 멋있어서 등 이유는 다양했다. 그 교수님은 나에게 진심 어린 걱정을 하며 조언을 해주셨지만, 그 또한 정답은 아니었다. 아니 정답이란 없었다.
그 당시에 나는 한창 미래를 그리며 나의 삶을 계획하는 시기였다. 서울대 치과병원이라는 타이틀을 포기하지 말고 계약직 연장을 하면서 버티라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더불어 병원 선생님은 인생의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을 놓치는 셈이다라며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었다. 이뿐이랴, 대학원에 가면 졸업은 고사하고 그 선택에 후회만 할 거라며 저주를 퍼붓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플래너를 작성하면서 '지금 이 위치에서 만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매번 NO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졸업을 앞둘 때쯤 자신이 그런 말을 했었는지조차 기억 못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더욱 재미있던 것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해야 할 때에도 다시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위해 하는 말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몇몇 이야기를 빼놓고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이 힘들어 집 주변 정형외과에서 방사선사로 잠시 일을 했을 때에도 정말 많은 오지랖을 들어왔다. 재미있게도 한 분은 나와 동일하게 취업 걱정을 했던 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자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네가 지금 이거 저거 따질 때가 아니야. 답답하게 지금 뭐 하는 거야?'라는 말로 나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황이 변화하면서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는 것에서 나는 나를 위한 말이 아님을 확신했다. 또한 그들에게 나의 목표를 설명하며 설득할 때에도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말이 정답임을 굽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현재 직장에 취업을 했을 때, 그 사람들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으며 따라온 독자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그려놓은 미래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설득할 필요도 공유할 필요도 없다. 몇몇 소수의 인원만이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 목표를 바라본다. 그곳에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무엇이든 조용하게 준비해라. 만약 당신의 행동에 궁금증을 표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간략하게만 설명해라. 의문을 표한다면 그대로 두어라.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면 그 또한 조언이 아닌 오지랖을 부리기 위한 시동임에 불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