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나니, 세상에 있는 모든 똑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모두 공부를 굉장히 잘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했었다. 그곳에 전교꼴찌 출신이 덩그러니 있는 기분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
기존에 받았던 교육과의 차이점은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어로 진행하기도 하며, 더불어 복잡한 물리공식이 휘몰아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배워주겠어'라는 나의 의욕은 첫 수업만에 현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어찌어찌 면접까지 잘 보아 입학은 했으나 졸업을 하는 것, 아니 살아남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임을 말이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만 했다. 우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찾았다. 우선 내가 선택한 방법은 선배들의 주변을 기웃대며 일손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일을 돕다보면 이 기기에 대한 원리를 설명해주시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해를 할 텐데 그 어떠한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열심히 설명해 주셨던 박사님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단번에 그것을 눈치를 채시고는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작업을 하셨다. '네가 대학시절에 배웠던 물리학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준비해서 발표해 볼래?'라고 말이다. 그때부터 1년 정도를 물리학을 배우는 데에만 시간을 사용하였다. 매주 무엇을 배웠는지를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발표를 했을 당시에는 그 누구도 발표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원은 달랐다. 첫 발표를 시작하자마자 교수님께서 폭풍 질문을 하셨다. 지금에 와서야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부끄러웠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순간을 경험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교수님, 박사님, 선배님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져 나올 때 단 하나의 답도 하지 못하여 식은땀만 흘렸던 적막의 순간을 아직 잊지 못한다. 진땀 나는 발표를 녹음하여 다시 듣다 보면, 매섭지만 나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다. 이 세상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미팅에서는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자리였었다. 이보다 좋은 성장기회가 또 어디 있을까.
내가 느끼기에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나 이만큼 알아'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대학시절 배웠던 지식을 누군가 모른다면 그것을 보고 놀라는 둥, 아는 척 뽐내기에 바빠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대학원에서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고 했던 것처럼 모두가 하나같이 겸손에 끝판왕들이었다.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는데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줄게'가 기본으로 깔려있었다. 물론 내가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만 만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느낀 것은 실패와 실수에 대한 태도에 차이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누군가 실패와 실수를 저지르면 그 실수를 저지른 사람의 태도에 대해 나무라기 급급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로 인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점으로 두고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며 발전시켰다. 오히려 이번 실수를 통해 시스템이 발전했다며 흐뭇해하는 모습도 보았다.
또 대학원에 들어와서 가장 놀란 것은 어느 누구 하나도 모르는 것에 대해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아.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야." 라며 나를 위로를 해주기도 하였다. 이 경험을 통해 빈 수레가 요란하지 않기 위해 묵묵히 나의 수레를 채워야겠음을 배우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실패와 실수, 무지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나무라기에 급급하지 않은가?. 대학원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귀한 존재였다. 이 사람이 사용했을 때 실수를 하지 않는 시스템이 사용하기 좋은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실수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더불어 그 실수를 하는 사람은 수많은 실패와 실수들을 통해 그 원리까지 이해하게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플래너를 작성할 때면 내가 하루동안 얼마큼 해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무지와 실수, 실패들을 수 없이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면 스스로 자책을 하기보다는 이번 경험을 통해 이 일은 하루동안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었네. 라며 조율해 나아가면 된다. 어떻게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겠는가. 우리의 계획은 늘 불안정하다. 따라서 목표하는 일을 맛을 봐보자. 그러고 계획했던 플랜에서 수정할 것이 없는지를 확인해 보자. 이러한 거듭되는 수정 끝에 점점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계획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