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연 Jan 14. 2019

사랑은 일상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

너의 순간을 알고 싶어

"속상해"

"뭐가?"

"그냥. 넌 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해서."

"아냐. 나도 널 소중하게 생각해."

"음. 서로가 사랑이라 받아들이는 부분에 차이가 있나 봐 그럼."

"사랑이 뭔데?"

"모르겠어. 나도 잘. 근데 적어도 상대가 날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느껴져야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소중하게?"

"응. 근근이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나와의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하는구나. 뭐 이런 거."

"그런 감정은 어떻게 해야 느낄 수 있는데?"

"주로. 상대가 일상에 함께 한다고 느껴질 때야. 상대가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 나도 밥을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날 때면 연락을 줄 때. 나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 언젠가 너도 그런 연락 준 적 있잖아. 밖에 눈이 많이 오네. 예쁘네. 그래서 더 보고 싶네.라고 보냈던 문자 지금도 기억 나."

"내가 너의 일상에 함께 했던 기억이 드물구나. 미안해. 요즘 바빴다는 말이 핑계로 들릴까 조심스러운데. 근데 있지 나는 생각이 조금 달라."

"어떤데?"

"음. 내게 일상은 그저 일상이야. 평범하지만 또 끝내야 하는 일과들. 그래서 밥을 먹을 때 물론 너도 밥을 먹을지 생각나지. 근데 그때 연락을 못할 수도 있어. 업무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오후에 할 프로젝트를 구상하기도 해. 그렇지만 널 사랑하거든. 그건 사실이고. 일상에 연락을 주지 못할 때가 많지만, 심지어 아침에도 부리나케 집을 나서느라 때론 잘 잤냐는 흔한 인사조차 못할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널 사랑하거든. 이런 내 마음은 어떻게 해야 보여줄 수 있을까?"

"꼭 연락을 주지 않아도 돼. 일상에서도, 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바쁜 하루 중에도 드문드문 마음이 애틋해질 때가 있다면, 그게 가끔일지라도. 그런 감정이 일상에 물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그렇구나 이해해줘서 고마워. 널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어. 아무리 바빠도 너에 대한 감정을 귀찮게 여겨본 적은 없어."

"고마워. 그 마음."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렵더라. 나는 이만큼 사랑하는데 상대방은 그것보다 더 작게 느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마음이 표현될지 잘 모르겠을 때.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괜히 불안했던 적이 있어. 내 마음 오해해서 떠나진 않을까. 나 정말 사랑하는데. 정말 바빴는데 그걸 핑계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 같은 것. 그리고 굳이 억지로 물결을 멈추거나 더 세게 흐르게 할 필요 없는 것.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서로 편한 감정. 그게 사랑이 아닐까. 억지로 애쓸 필요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당연해지는 시간들이. 난 사랑이라 생각해."

"그래서였구나 네가 사랑은 일상 같은 거라고 말한 게."

"응. 아마도. 일상에 일일이 연락을 할 순 없어도, 또 그때마다 생각을 하진 못하더라도 퇴근 후 여유롭게 맥주 한 캔 마시다가 문득 보고 싶어 지고 생각나는 마음. 그런 평범한 생각들이 모여 사랑이 되겠구나. 싶었거든."

"아. 그런 자연스러운 생각?"

"응. 아침이니까 연락해야지, 점심시간이니까 연락해야지. 의무적으로 전달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드문드문, 자연스러운 감정. 이슬비에 천천히 젖어들듯 너무 애쓰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은 차분한 일상. 그런 시간을 함께 했으면 했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을 때 왜 이리 늦게 연락했냐고 타박하지 않고 오늘 하루 벅찼구나, 힘들었구나 위로를 먼저 해주는 그런 마음."

"좋다. 일상적 사랑. 낭만적이야."

"그렇게 일상적인 하루를, 평범하기 그지없던 하루가 그대를 만나 특별해지는 순간. 피곤에 절어 티비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흔한 직장인의 저녁이 당신과의 카톡 몇 번에 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지고 낭만이 되니까."

"너는 나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해주는 존재야."

"오빠도. 일상 속에서 더 절실하게 느껴. 우리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물들어갈 때면 아, 이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늘 한결같은 사람이구나 싶어서."

"좋다."

"특별한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또 어떤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늘 한결같은 마음이 고마워서 매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져. 내 마음과 참 많이 닮았단 생각도 들고."

"나는 너에게 평소 연락을 잘하지 못한 것 같아서 더 기념일에 신경을 썼던 것 같아. 100일이나 생일 같은 때 웬만하면 서프라이즈로 기획하려 애썼고. 그렇게 해야 그나마 내 마음이 편해진달까."

"알아. 고마웠어. 바빠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벨을 눌러 나가 보니 케이크를 들고 서있었던 100일. 앞에서 노래도 불러줬었지. 마침 다 쓴 화장품 종류는 어떻게 알고 딱 맞춰서 포장까지 해오고."

"그냥 넘어가기 미안했어. 100일 동안 난 늘 널 사랑했는데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정말 바빴고 그래서 신경 쓰지 못한 마음이 걸려서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내 마음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일상에 함께 하지 못한 마음, 특별한 날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보여주고 싶었어. 널 사랑한다는 걸."

"일상과 특별한 날. 서운하다가도 특별한 하루에 오해가 풀리기도 하더라."

"사랑이 되게 어려운데 결론은 그 마음을 전하는 방법의 차이였던 것 같아. 특별함과 일상 중 뭘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맞아 그리고 믿는 거야. 상대와 조금 떨어져 있어도, 혹은 서로 바빠 연락이 잘 안 돼도 늘 마음 한편엔 그가 있고, 그의 마음 한편엔 내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믿으면 돼."

"어디에서든, 언제나 널 믿을게. 네가 지닌 사랑을, 그리고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을."


풍부한 연락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상황을 생중계해줬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 밥을 먹는데 이거 너무 맛있어 다음에 꼭 같이 오자.

방금 친구랑 통화했는데 되게 웃겨 ㅋㅋ

걸어가다가 넘어질 뻔했어 ㅜㅜ


지금 기분이 어떤지, 상황이 어떤지, 마음이 어떤지를 언제나 알 수 있었고

늘 그와 함께인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이 사람은 순간마다 내가 생각나는구나, 싶어서 사랑의 크기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전달방법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는 연락을 하지 못하더라도

퇴근 후 맥주 한 캔 마시며 노곤 노곤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미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지루하거나 귀찮지 않다면.

그 소중함을 오래오래 기억하려 할 때 그것이 사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바쁜 시간이 지나고 조용히 생각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으레 기대고 싶은 사람일 테니까.

아프고 힘든 일상을 위로받고 싶은 사람일 테니까.

힘들었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이 되니까.


때론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속에 꽉 찬 뜨거운 진심이 너무 잘 느껴질 때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견을 심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