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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덕임 Aug 22. 2022

가끔은 포기하고 싶다

겁쟁이는 오늘도 숨는다

남편과 별거를 하면서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평소 병원을 잘 찾지 않는 내가

이러다 정말 사고라도 칠 거 같은 생각에 내 두발로

먼저 정신과라는 곳을 찾아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한 탓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며 정신과로 향하는 동안

첫 질문을 뭐라고 해야 할지 나 자신에게

수십수백 개의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첫 상담에서 나는

채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했다

낯선 공간, 낯선 시선 속에서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선생님께

나는 "너무 힘... 들"이라는 말과 함께 채

한 문장도 끝내지 못하고 오열로 나의 상황을 알렸다


30분 그리고 1시간을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다

처음 본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조용히 휴지를 건넸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보이기 힘들었던 눈물을

어디에서라도 쏟아 낸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세 달은 주 2회씩 방문하며 선생님에게

나의 생각과 나의 이야기들을 전했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다고 울었고

어느 날은 도망가고 싶다며 울었다


또 어떤 날은 그냥 눈물이 났다.

모든 상담 맨 마지막엔 선생님은 내 두 손을 잡으며

"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수고했다고 해주셔야 해요"라고 하며 내 두 손을 꼭 잡아주셨다


누군가의 온기가 이렇게 따뜻했던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인가


6개월의 상담을 통해 나는 매번 처음 느끼는 것처럼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나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주치의고, 사실 이러면 안되지만 환자분이

 꼭 소송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4개월간 지켜본

 환자분은 너무 좋은 분인데 상대가 너무 나빠요.

그러니 저를 믿고 한 번만 마음을 강하게 드시면 좋겠어요". 라며 나를 설득하셨다


어느 날은 "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제가 더 화가 나요" 하며 나에게 소송을 권했고


어떤 날은 "주저앉지 마시고 제가 응원할게요 한 번만

 용기를 내주세요" 하며 설득을 하셨다


그럼에도 한 때 사랑했던 남편과 소송을 하는 것은

나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곧 선택지는 사라졌다

남편에게서 소장이 날아온 것이다.

결국 나는 또 한 번 울며 선생님을 찾았고

선생님은 " 상대가 환자분이 약한 걸 알고 벼랑 끝으로

 밀고 있어요 이제 환자분을 지킬 사람은 환자분 뿐이에요" 하고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용기를 내달라며 간절히 부탁하셨다


선생님의 간절한 부탁과 진심 어린 걱정...

그리고 정말로 나에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고

그렇게 남편과의 소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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