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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유인 Jan 28. 2024

바이러스 시대의 론도 형식(Rondo Form)

바이러스에게서 살아남기

서론


오랜만에 쓰는 글이 대중문화도, 문학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아팠던 이야기인 점이 스스로도 무척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차피 겪었던 일들을 글로 많이 써오기도 했거니와, 제3자에 대한 글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바이러스이다. 나는 1년 정도 간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지금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은 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의 차이점과 특징, 그리고 결론적으로 꼭 백신을 맞자는 논리의 글이 될 것이다. 모두 추운 날씨에 아프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글을 쓴다.




연희동과 코로나 바이러스


작년 이맘 때, 정확히는 재작년 12월 중순에, 아직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다가오는 큰 시험이 너무 다급하여 학교와 기숙사만 오가면서 공부를 할 때였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하는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졸린다. 정말로 졸리는데 공부까지 하려면 완전히 잠에 취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 학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생활했다. 한 집단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가지는 묘한 안정감이 방심을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말고사를 또 하나를 치고 딱 하나만 남은 시점에서 그날 목소리가 완전히 맛이 갔다. 웃기는 것은 전혀 목이 아프거나 열도 나지 않았는데, 우선적으로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목이 아프지도, 열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고 단순히 피곤해서 목이 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기숙사로 돌아와서 자고 있어났는데,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이미 온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듯이 전신에 오는 몸살 기운에 극렬하게 불타는 듯한 느낌이 온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평소에 앓던 감기나 몸살과는 아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정말 온몸이 아파서 침대에서 기어나올 수도 없었다. 온몸은 불에 타는 느낌인데 정작 이마에 열은 없었고, 목도 크게 아프지 않았다. 결국 해결할 방법을 찾아, 코로나 키트를 썼봤으나 음성이었다. 연희동의 병원에 갔는데도 온도계에 열이 높게 잡히지 않아서 단순히 약만 타고 기숙사에 왔다. 

그렇게 약을 복용해서 조금 나아지겠지하고 잠에 들었는데, 다음날이 첫날보다 더 아팠다. 아마도 바이러스가 더욱 몸을 잠식하고 있었으이라, 결국 다시 병원을 가서 수액을 하나 꽂았다. 의사는 수액에 들어간 수분의 양이 이만큼이나 되는데, 변소가 급하지 않다면 몸에 엄청난 탈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로 몸이 푸석해지는 감각이 들면서 내부는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그렇게 약 말고는 버틸 방법이 없이 이틀 밤을 버텼는데, 월요일에 시험이 있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일요일 밤에 겨우겨우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 돌이켜 보면 공부를 할 몸 상태가 아니었고 그냥 쉬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학생에게 그러한 여유는 사치였다.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나자, 약 4-5일 정도에 몸살기운이 없어졌고, 대신에 뒤늦게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에 아팠던 것이 너무 커서 목이 아픈 것은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목이 계속 아프다면서 병원을 갔더니 이비인후과를 가보라고 했고, 찌른 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서 뒤늦게 코로나였음을 알았다.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는 코로나는 앓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토록 아프던 것이 코로나였다. 그 기간 동안에 대화를 나누거나 접촉한 이가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고, 그 누구에게도 전파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목이 아픈 뒤로는 코로나의 병증이 몸에서 사라졌다.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수험기간을 약 2주 정도 말아먹었다. 코로나가 걸리기 전해에는 백신을 3차까지 다 맞았었는데, 그해는 걸리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맞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맞았다면 걸렸어도 크게 앓지 않았을 것인데, 너무 심하게 걸려서 백신을 맞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본가가 아닌 타지에서 앓은 병이라서 더 힘들게 느껴지곤 했다.


수액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잠시 서울을 외유를 하고자 갔던 적이 있었다. 이틀 정도 다녀왔었는데, 다녀오고 나서 3일이 지난 오전에 몸에서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딱히 기온이 확 떨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온몸에 오들오들 떨리고 오한과 식은땀이 났다. 오한이 없어질 때쯤, 고열이 나는 덮쳤다. 결국 조퇴를 하고 집에 있던 약을 먹고 한숨 잤는데, 눈을 떴더니 정신은 말똥한데,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찜질방이 된 것처럼 뜨겁고 불쾌했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해열제를 먹었음에도 몸의 온도가 37.9도였다. 그러나 독감과 코로나 키트 모두 음성이었다. 최근에 가족들이 코로나를 앓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으나 코로나는 나오지 않았다. 약만을 타고 집에 돌아와서 약을 먹었는데, 다음날 역시 온 몸이 불구덩에 들어간 것처럼 뜨겁고, 너무 힘들어서 옷도 입기 힘들었다. 새벽에 당연히 잠을 못잤고, 이리저리 뒹굴다가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아픈 몸과 계속 나오는 기침 때문에 잠을 깊게 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새벽에 쉰 목소리로 가족에서 얼음팩을 건네 받아서 온 얼굴을 얼음팩으로 문질렀다. 그럼에도 열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독감이란 것을 의학적으로 진단 받은 적이 처음이어서 당연히 통증도 처음 껶어 보는 것이었다. 한창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에도 걸리지 않고 빠져나갔었는데, 정작 서울에 잠시 다녀온 것으로 전염된 것이 황당했다. 특히 증상이 시작된 다음날 아픈 것은 상상을 초월했다. 숨만 쉬어도 내가 용이라도 된 것처럼 불꽃이 나오는 듯 뜨거웠고, 계속해서 입으로 숨을 쉬지 않으면 열 때문에 녹아버릴 것 같았다. 이게 통증인지 고난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고, 찾지 않던 신까지 찾게될 정도로 아팠다. 온몸이 녹아내릴 거 같고 전신의 관절이 부러질 것처럼 시큰했다. 간혹 몸살을 심하게 앓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역시 달랐다. 평소 몸살이 아메리카노 정도였다면, 이건 에스프레소를 몇 샷씩 내린 것처럼 치명적으로 아팠다. 결국 약 3시간을 정신을 못차리다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체온은 여전히 38도를 육박했고, 초기에는 바이러스가 키트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서 다시 검사를 했더니 B형 독감이 나왔다. 코로나가 아니었다.

독감은 익히 알려진 대로 치료법이 명확하다. 코로나와 달리 독감은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그냥 바이러스를 생으로 앓는 것인 반면, 인플루엔자, 즉 독감은 조기에 이를 진압할 방법이 있다. 먹는 알약인 타미플루가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이고, 먹는 알약은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약을 먹기 힘들어 한다면 수액으로 직접 약을 주사하는 페라미플루 등이 있다. 알약은 5일 동안 2알을 뺴놓지 않고 복용해야하는 반면, 수액은 15분의 주사로 필요한 양을 전부 주입한다. 

나는 너무 몸이 아픈 나머지 계산할 여력도 없이 일단 한번에 끝난다고 하는 수액을 맞았다. 15분을 수액을 누워서 맞고 있으니 플라시보 효과였겠지만 열이 조금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페라미플루를 수액을 맞고, 그냥 일반적인 영양제 수액까지 맞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타미플루도 페라미플루도 당연히 먹거나 주입한다고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시작하고 나서 2일 정도까지는 계속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효과가 좋은 사람은 약을 한번만 복용해도 실시간으로 열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한다. 당연히 두 방식 간에 유의미한 경과 차이도 없다고 한다.

플루라는 이름이 붙은 두 약은 이미 합성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이는 못하지만,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작용한다. 즉 불이 붙어서 불 타고 있는 집에, 불을 끄지는 못하지만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치는 것이다. 당연히 불 타는 부분이 줄어드니 바이러스를 앓는 기간이 짧아지고 중증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등 큰 효과를 가진다. 물론 의학적으로는 하루 정도만 회복을 당긴다고 하지만, 실제 맞아본 환자 입장에서는 무려 '치료제'가 있다는 이야기에 엄청난 심적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코로나는 생으로 다 앓고도 치료제를 맞지 못했던 전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3일차 아침, 이튼날 아침보다는 열이 덜한 것이 느껴지면서 기상했다. 역시나 몸은 계속 아프긴 했지만 이튼날처럼 사경을 헤맬 정도로 열이 오르지는 않았고, 아직도 열이 안 떨어졌네라는 생각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아파보면 알겠지만 진짜 아프면 열이 높네, 마네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살려만 주세요라는 기도만 남는다. 3일차 오후를 거치면서 몸에서 열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정확하게는, 열 때문에 제일 괴로운 것은 사실 이마에서 나는 열이 아니라, 이마 아래, 즉 얼굴과 목을 비롯한 전신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이 참기가 힘든데, 이마를 제외하고는 열감이 엄청나게 줄어서 숨쉬기가 편해진다. 

그리고 신기하다고 해야할지, 코로나도 인플루엔자도 몸의 열이 떨어지면서 목이 아프기 시작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창 열이 심할 때에는 목이 아프지 않다가 열이 떨어져서 조금 살 것같다는 생각일 들 때 즈음에 목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나 앞에 아팠던 것이 너무 커서 목이 아픈 정도는 이게 어디냐 하는 정도가 된다. 수차례 화농성 가래를 뺕으면서 목이 조금씩 원래 목소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앓는 내내 가장 힘든 통증 중의 하나는 바로 '기침'이다. 원래의 기침은 재채기나 가벼운 기침을 할 때에는 심해도 목이 아픈 정도로 끝나는데, 이 기침은 마치 폐에서부터 올라오는 듯이 크고 깊게 기침을 한다. 결국 목은 물론이고 가슴까지 아프게 만든다. 결국에는 가슴을 붙잡고 기침을 하기에 이르고 기침을 한껏 하고 나면 화농성 가래를 만나면서 약간 목에 구멍이 열리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4일차 미루고 미루던 근무를 서야해서 출근을 하게 된다. 이쯤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찌어찌 출근할 정도는 몸이 회복되었다. 가만히 집에만 있는다고 바이러스가 다 죽은 것도 아니고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하는 것이 오히려 몸의 활기를 넣기에 좋은 것 같았다. 아마 이 바이러스도 코로나처럼 때가 되면 물러가고 사라질 것이다. 




결론 


비슷한 겨울 시기에, 1년 정도 간격으로 찾아온 두 바이러스는 마치 론도 형식처럼 닮아있었다. 엄청난 몸살 기운과 함께 찾아와서 고열을 만들고, 온몸으로 앓게 한 다음에 고열이 떨어질 즈음 목을 아프게 해서 마지막까지 몸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은 정말 연말이 되기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백신을 맞으면 안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걸려도 비교적 가볍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3차까지 백신을 맞았던 해에는 코로나 걸리지 않고 넘어가기도 했다. 

물론 코로나 당시 2차 백신을 맞고 전신이 고열에 시달리면서 백혈구 수치가 급증하는 부작용으로 2-3일을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고통스럽게 죽어가기는 했음에도 3차 백신은 맞았다. 백신이 주는 통증도 무시할 것은 아니지만 백신에는 인류가 바이러스와 싸운 결과물이 들어있다. 백신이나 타미플루의 부작용을 걱정하여 피하기보다는 미리 백신의 부작용을 알아보고서 대비한 후에 백신을 맞는 것이 생으로 이 병을 앓는 것보다는 마땅한 대책이 될 듯하다.

두 바이러스는 공통적으로 평소와는 느낌이 다를 정도로 '심상치 않다'라는 몸살 기운을 몰고 온다. 즉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데?'라는 느낌이 아니라, '와, 이거 뭐지? 미친...'이라는 느낌에 가깝다. 침대나 바닥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고, 이제까지 겪지 못했던 통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서 코와 입을 쑤셔보고 결과를 받는 것이 좋은 듯하다. 코로나는 어쩔 수 없지만 독감을 명백한 치료제가 있기에 더욱 시급한 문제이다.

해마다 바이러스는 돌고 돌아오고, 사람들은 그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그러므로 미리 대비하고 노출된 뒤에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내일도 웃으면서 출근하고 등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겨울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무서워도 출근은 해야 하고 등교도 해야하면, 가족과 친구들과 대화하는 연말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다소 뜬금없이 바이러스와의 결투기를 써보았다. 혹시라도 아픈 분이 계시다면 쾌차하기를 기원하고, 다음에는 원래 쓰던 글로 뵐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쉽게 죽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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