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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하림

by 차돌


가사로든 멜로디로든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명곡이 있다. 아주 오래된 노래는 아니지만 아주 오래갈 노래일 거란 확신이 드는 음악이 있다. 내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그런 곡이다.


2004년 발매된 하림의 두 번째 앨범 수록곡이자 그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 이 노래를 나는 대학 시절 즐겨 들었고, 종종 불렀다. 풋풋한 시절이었다. 실연의 아픔으로 술 한 잔 함께한 친구와 들른 노래방에서 나는 그(녀)를 위로하려 이 노래를 불렀고, 내가 이별을 겪었을 때면 새로운 사랑을 다짐하며 이 노래를 또 불렀다.


1)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 노래 가사나 영화에나 등장할 법할 이런 일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막상 마주한 그 상황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거나 아련하진 않았다. 당시 나의 곁에 새로운 사랑은 없었고, 그녀의 곁에도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다만 태연한 척하느라 억지웃음을 보였고, 홀로 돌아선 뒤 어리석은 모습이었겠노라 자책했을 뿐이었다. 그날 나는 아주 오랜만에 하림의 이 음악을 들었다. 2)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라는 구절이 그제야 마음에 와닿았다.


3) 다 지난 일인데 - 하림의 인터뷰 중, 그는 이 대목이 특히 슬퍼서 라이브 도중 목이 잠긴 적이 있다고 밝혔다. 나직하게 이어지던 멜로디가 처음으로 폭발하는 지점이자, 다 지난 일이라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너는 노래로 남았음을 외치는 가사야말로 이 노래의 백미라고 본다.


4)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그렇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게 맞다. 하지만 하림 스스로도 밝혔듯 그것은 결코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닌, '덮어쓰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 생각 또한 그렇다. 아무리 쿨한 사람이라 해도(그마저도 쿨한 '척'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로 보지만) 한때의 사랑을 완벽하게 잊는 일이란 불가능에 가까울 테다. 누구나 과거의 사랑을 다 지워버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덮어쓰기 할 수 있기에 새로운 사랑이 마음에 더 단단히 쌓이는 게 아닐까.


5) 네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 내가 과거의 내가 아님을 자각하는 건 곧 상대방 또한 과거의 그/그녀가 아님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기에 후회의 마음이 솟아날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어느새 곁에서 손 잡아주는 사람이 나타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삶의 모습이니까. 우리는 나의 달라짐에, 너의 달라짐에 결코 서운해할 필요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 변할 뿐, 사랑은 변하지 않음을 믿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 위에 다른 사랑을 쌓아 지난 사랑마저 감쌀 수 있다.



https://youtu.be/4RPKATPuD1o?si=PF4S8oUX5Bun5V8R


1)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보았어

2)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 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 게 무색해진대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하자


3)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4)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먼 훗날 또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 보여 이대로 흘러가

5) 네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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