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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Apr 12. 2024

쳐다봐도 될까요

사람 구경이 취미



  나는 밖에서 사람들 구경하는 걸 되게 좋아한다. 진짜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왜냐면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넌 참 사람들 잘 쳐다본다."라고 평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내게는 신기한 사람들 투성이다. 악뮤의 예전 노래 중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라는 곡이 있는데 딱 내 이야기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태생 상 같은 종인 남성보다 여성한테 눈길이 간 경우가 더 많았을 순 있다. 그래서인지 같이 있던 친구가 "너도 참 한결같이 눈 돌린다. 그렇게 보지만 말고 가서 전화번호라도 묻지 그래?"라며 나의 유난한 눈 돌리는(?) 습관을 일깨운 적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길가에 핀 꽃이 너무 예뻐서 보고 감탄했을 뿐'이란 개똥 같은 자기변호를 늘어놓곤 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나의 관심을 그저 여자 쳐다보는 본능 따위로 규정해서는 곤란하다.




  누군가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사람 구경이요."라고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당연히 면접 같은 자리에서나 어른으로부터의 질문에 그렇게 답하진 않았다. 뭔가 결이 맞아 보이는 사람이 물었을 때 혹시나 그도 그럴까 싶어서 한 대답이었던 것 같다.


  사람 구경이란 게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잘 안 쳐다보는 성향을 두고 사람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자주 쳐다볼수록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해석하는 건 괜찮지 않나 싶다.




  지금껏 누굴 쳐다봤단 이유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다. 슬쩍 쳐다보는 걸 반복한다든지 풍경을 보는 척하면서 실은 누군가를 힐끔 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름의 요령을 부린 덕분이리라. 바라보던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구식으로 가볍게 인사하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지만 행동으로 옮긴 경우는 없다.


  가끔 그렇게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나도 누군가로부터 구경을 당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그런 의문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면 딱히 나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비교적 평범해서일까? 돌이켜 보면 지난 여름에 운동 좀 했답시고 민소매를 입고 다녔을 때 주위에서 힐끔거리는 시선을 몇 번 느낀 것 같긴 하다. '몸도 별론데 왜 저래...?' 정도가 아니었을까.




  좋은 소설가들은 사람들을 많이 관찰한다는 말을 어느 유명 작가의 인터뷰에서 본 기억이다. 언젠가 뇌리에 박힌 이 말 이후로 다른 이들을 쳐다보는 내 성향은 더욱 강화된 것 같다. 꼭 소설 쓰기를 염두에 둬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향한 관심이 곧 풍부한 상상력과 세상을 향한 이해를 강화시켜 줄 거란 믿음이 생겨서다.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여러 사람을 구경했다. 단순히 쳐다보고 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이유로 저러한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하고 상상해 보았다.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도 지겨울 틈이 없는 건 다 이런 호기심 덕분이기에, 나는 늘 사람들을 쳐다보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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