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이었다. 등산복 차림의 아줌마, 아저씨 한 무리가 왁자지껄 카페로 들어섰다. 예닐곱 명쯤이었고, 몇몇은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얼굴이 벌겋게 불콰해 있었다. 손님이 들어와서 반가운 마음은 잠시, 괜히 마음이 바쁘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문부터 요란했다. 누군가는 고정돼 있는 메뉴판을 불쑥 집어 들고 갔고, 누군가는 외투와 가방을 다른 테이블에 휙 올려두었다. 다른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테이블 두 개를 붙여 한 판 벌이신 그분들의 이야기는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가 없었다.
대학 동기들끼리의 등산 모임이라는 것도, 소수의 여성 회원을 다수의 남성 회원들이 추앙(?)하는 분위기라는 것도 금세 알 수 있었다. 하산 후 막걸리를 마시고 온 탓에 목소리는 쩌렁쩌렁했고, 커피잔을 들고 건배사까지 오가는 풍경에 우리 카페는 순식간에 회식 자리가 되었다.
몇 차례 화장실이며 냅킨 위치 등을 안내한 내게, 일행 중 한 분이 불쑥 말을 걸었다. OO대학교 경영학과 동기라며, 사장님은 요즘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었다.
"요즘 어렵지 않은 자영업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하."
나는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서둘러 다른 일거리를 찾아 자리를 피했다. 괜히 말을 받았다간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분이 밝힌 출신 학교는 나와 같았다. 즉, 대학 선배님들의 모임이었던 거다. 하지만 난 그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 돌아올 말이 너무 쉽게 예상되었다. '아니, 후배님은 여기서 뭐 하고 계시나?' 자기 자랑으로 각자 여념이 없는 취객분들에게 나는 굳이 후배이기보다 그저 무난한 카페 사장으로 남고 싶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또 다른 토요일 오후였다. 가게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나는 순간 긴장했다.
"조금 있다가 15명 정도 가면 자리가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의 걸걸한 목소리에,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지난번 등산객 단체손님의 기억이 떠올랐다.
십여분 뒤, 선발팀 여섯 분이 카페에 먼저 도착했다. 비교적 조용한 분들이었지만, 후발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지난 경험 탓에, 단체 손님은 그 자체로 경계 대상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음료 여섯 잔을 먼저 내고 난 뒤에야 나머지 여덟 분이 도착했다. 비록 14명이 12잔만 주문하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응대하려 애썼다. 단체 손님을 받는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테이블 세 개를 이어 붙인 그분들이 아주 조용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려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한바탕 이야기와 웃음도 있었지만, 이전처럼 공간을 압도하는 소란까지는 아니었다.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 없는 대화 속에서, 경기도에서 올라와 등산을 하고 온 동창회 모임이라는 정도만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이 두 단체 손님을 굳이 비교한 이유는 인원수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분위기가 갈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었지만 지나치게 요란했던 단체 손님, 그리고 더 많은 인원이었음에도 비교적 차분했던 단체 손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랄 뻔했던 나는, 두 번째 단체 등산객 손님을 무사히 배웅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경계했던 건 단체 손님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 그 자체였다는 걸.
그래서 다시 한번 배웠다. 앞선 경험만으로 새로운 손님을 재단하지 않기, 드러난 특징만으로 미리 판단하지 않기. 단체 손님을 맞이하며 내가 되새겨본 장사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