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총량

by 차돌

'누구에게나 친절의 총량이 있지 않을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페를 운영하며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마주하다 보니, 나는 늘 의식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친절을 유지하려 애쓴다. 사장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고,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태도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이르게 됐다. 친절이라는 것도, 과연 무한할 수 있을까.


영업 초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친절을 의식하며 살았다. 당시엔 그게 기본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사정은 조금 달랐다. 생초보 사장이었던 나는 친절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다. 커피의 완성도도, 가게 운영의 노하우도 부족했기에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가 친절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몇 년간 꾸준히 가게를 열고 닫으며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다른 카페나 음식점에서, 제품의 완성도는 뛰어난데 사장이나 직원의 태도가 다소 무미건조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예전 같았으면 쉽게 '불친절하다'라고 단정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들은 손님을 향한 과잉된 친절 대신, 제품의 품질과 영업의 지속성을 지키는 데 자신의 에너지를 더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긋나긋한 상냥함을 내려놓는 대신, 본질에 더 친절하기로 선택했을 가능성 말이다.


이 지점은 요즘 흔히 회자되는 '감정노동'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무한한 친절을 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그 친절조차 노동으로 인식하고 보호하려는 분위기로 옮겨가는 세태다. '손님은 왕이다', '장사 그렇게 해서 되겠어?' 같은 말들은 언젠가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는 손님이고, 또 다른 곳에서는 주인이기 때문이다.


잠깐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손님 A가 카페에 들어서며 기대하는 만족의 비중이 제품(커피나 디저트) 80, 친절 20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실제로 제공된 것은 제품 만족도 50, 친절 50이라면 어떨까. 기대의 총량이 100이고, 실제 만족의 총량도 100이니 완벽한 서비스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험상, 그렇지 않다. 과잉된 친절만으로는 부족한 제품의 완성도를 결코 대신할 수 없다. 이 경우 사장이 해야 할 일은 더 웃고 공손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노동의 강박에서 벗어나 커피와 디저트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쪽일 것이다.


물론 세상에 손님 A의 유형만 있는 건 아니다. 제품에는 관대하지만 친절에는 민감한 손님 B도 있고, 둘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손님 C도 있다. 완전히 다른 기준을 가진 D, E, F도 있을 것이다. 결국 카페 사장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손님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친절'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퀄리티에 한계가 있을 때, 그것을 친절로 모두 덮으려는 시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친절은 무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도 않다. 누구에게나 친절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그 총량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감정노동을 이어가다 지쳐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폐업 사유는 상권이나 매출일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사람으로 인한 감정 소진이 자리 잡고 있을 때가 많은 것이다. 직장인의 퇴사 사유 1위로 업무가 아닌 인간관계가 꼽히는 사실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사장에게 친절의 총량이 있듯, 손님에게도 그날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친절의 양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이미 소진된 친절은, 다른 어딘가에서 불친절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걸 성품의 문제로만 여길 게 아니라, 에너지의 문제로 보는 편이 폭넓은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카페 사장으로서 내가 지닌 친절의 총량을 명확히 인지하려 한다. 그리고 그 총량을 적절히 나누어, 우리 가게를 찾는 모든 분들에게 균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그래야 고갈되지 않은 친절을 나 자신에게도 남겨 둘 수 있고, 그 에너지를 다시 커피와 디저트의 품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을 테니까.


친절을 아끼겠다는 말이 아니다. 오래도록 친절하기 위해, 친절을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2화영철버거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