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은 어떻게 생길까

손님과 함께 쌓아가는 작은 서사

by 차돌

어느덧 카페를 운영한 지 2년이 넘었다. 동네에서 주 6일 문을 열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점차 늘어난다. 번화가처럼 스쳐가는 손님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찾아와 주는 단골손님이 많아졌다.


아무리 단골이라도 내성적으로 보이는 분들께는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다. 손님이 원하는 건 우리 카페의 분위기와 음료이지, 사장 아재의 친근함은 아닐 테니까. 그럼에도 대여섯 번쯤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화가 오간다. 화장실 위치를 묻는 질문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와이파이 비번 공유에서 이어지기도 한다. 외부 음식을 꺼내며 허락을 구하다가, 미안하다며 내게 덜어 건네는 분도 있다. 인테리어 소품을 물어보는 분도 있고, 커피 맛을 칭찬해 주는 분도 있다. 그렇게 몇 마디가 오가고, 다음번에는 내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


카페의 손님과 주인 사이에는 애초에 거창한 기대 같은 건 없다. 손님은 커피 한 잔을, 나는 하루의 영업을 기대한다. 그 정도면 사실 충분하다. 그 덕에 작은 호의에도 쉽게 훈훈해진다.


큰 호의가 작은 호의로 축소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단한 친절이 아니어도 괜히 오래 마음에 남는다. 카운터 안으로 손님이 건넨 "커피 맛이 진짜 좋네요." 한마디가 내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기도 하고, 내가 테이블에 커피를 직접 가져다 드리며 "좋은 시간 보내세요."라고 건넨 인사가 생각보다 크게 남았단 이야기를 나중에 손님으로부터 전해 듣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깊이 알지 못한다. 이름도, 직업도 모른 채 오가는 손님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몇 번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안부를 전하게 된다. "요즘은 덜 바쁘세요?", "연휴에는 멀리 안 다녀오셨어요?" 사소한 문장들이지만, 그 안에는 이전에 함께 나눈 대화의 흐름과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다.


결국 단골과는 서사가 쌓인다. 물론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는 이야기 몇 마디, 날씨 이야기 몇 문장, 가족 이야기 한두 토막. 시험이 끝났다는 소식,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말, 오랜만에 커피 마실 여유가 생겨서 왔다는 예쁜 핑계와 근황. 그런 조각들이 쌓여 어느새 서로의 하루에 조금씩 스며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손님이 어느날 더 이상 오지 않게 된다면, 나는 얼마나 오래 기억할까. 반대로 내가 이 자리를 떠난다면, 이분들은 얼마나 빨리 나를 잊을까. 아마 우리는 서로를 금세 잊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의 마주침은 더욱 선명해진다.


카페 영업은 비즈니스이지만, 완전히 계산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매출 기록에는 찍히지 않는 문장들이 있고, 재료 원가에는 포함되지 않는 이야기와 정이 있다. 나는 그래서 카페가 좋고, 이 일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가게의 문을 열고 닫는 사이, 손님과 나는 서로의 하루에 잠깐씩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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