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과 사장의 선택

by 차돌

'카공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도 오래다. 대형 프랜차이즈조차 부담을 토로하는데, 개인 카페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객단가는 낮은데 체류 시간은 길다. 재택근무와 카페 공부 문화가 확산되며 자연스레 생겨난 풍경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엔 남의 일이었다. 우리 상권은 피크 시간이 비교적 분명했고, 젊은 카공족의 비중도 높지 않았다. 언론 보도나 다른 사장님들의 하소연을 접하며 고개는 끄덕였지만,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우리 매장에도 장시간 머무는 손님이 늘었다. 나이 지긋한 분도, 노트북을 펼친 젊은 손님도 커피 한 잔에 서너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매장이 한산한 시간엔 고마운 존재였다.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방문이 잦아지니 매출에도 도움이 됐다.


문제는 붐비는 시간이었다. 점심 피크 전부터 3~4인석을 차지한 손님이 오후까지 머무는 사이,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팀이 생겼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감사함은 옅어지고, 얄미움이 스며들었다.


이건 솔직한 고백이다. 장사는 현실이다. 1인 손님의 장시간 점유가 반복되면 카페의 수익은 영향을 받는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다른 사장님들의 고민이 이제야 이해됐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도 떠올랐다. 나 역시 한때는 카공족이었다는 사실이다. 학생이었을 때도, 프리랜서였을 때도 한 카페에 오래 머물렀다. 죄책감을 덜기 위해 주로 대형 프랜차이즈를 찾았지만, 개인 카페를 이용한 적도 있다. 그때의 나는 손님으로서의 권리를 우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이다. 손님일 때는 '얼마나 머물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면, 사장이 되고 나서는 '이 공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카공족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기준으로 이 공간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테이블 순환이 저절로 되길 바라는 건 요행이다. 그렇다면 규칙을 만들 것인가. 콘센트를 제한하거나 체류 시간을 정하는 방식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공간의 크기와 상권, 매출 구조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나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카공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한, 감당 가능한 범위의 손해는 받아들이기로. 먼저 온 1인 손님 때문에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건 내가 정중히 사과하고 감당할 일이라고. 추가 매출 몇 잔보다, 공간의 분위기와 나의 태도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며칠 전 그 선택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후 1시 무렵, 자리가 없어 돌아서려던 세 분의 손님이 있었다. 매장 안쪽에는 1시간 전부터 앉아 있던 단골 카공 손님이 있었다. 나는 세 분께 양해를 구할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1인 손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 앉으세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장사는 숫자로 계산되지만, 결국 관계로 유지되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앞으로도 한 분의 손님에게 먼저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믿어보기로 했다. 오늘 오래 머문 손님이, 내일은 먼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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