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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Feb 07. 2023

서툴지만 덤벼봤어

어쩌면 넘겨짚은 것일지도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면 그게 다 말인 줄 .

가만있는 사람 염장지르면 염장 당한다는 거 몰랐나보네.


아마 이런 식의 파르라니한 감정으로 덤볐던 것 같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마음이 체하거나 아린 것 같아도 어지간해서는 싸움을 잘 걸지 않는다. 말도 생각했던  나오지 않고 발음도 꼬여서 논리적으로 따지지 못할 뿐 아니라 일단은 그런 상황이 몹시 불편한 까닭에서다. 며칠 지나 까맣게 탄 감정이 사그라들면 마음을 찔렀던 날카로운 가시도 뭉툭해진다. 그렇다고 녹아 없어지진 않지만 세월이 가면 일었던 분노도 차츰 가라앉으시간에 마음을 맡기고 피하는 편이다.


그런 사람이 엄마의 전활 받고 쏜살같이 달려가 상대에게 저런 말싸대기를 날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싸움은 젬병인데 내 속에 나 아닌 웅크렸다가  펼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사납고 거칠고 오만한 태도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부모님 평생 숙원으로 자그마한 상가주택을 마련한 후 노후 준비 마쳤다고 안심한 날이 있다. 어느 날인가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부모님을 음해하는 소문이 돈다고 일러준 모양이다. 워낙 오래 산 동네고 부모님을 아시는 분들이라 바로 잡으라고 알려온 것이다. 악의적인 소문의 진상은 점포 세를 올린다고 하니 세입자가 퍼뜨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시세보다 낮은 월세로 몇 년을 사용했고 시세보다 낮게 올린다는데도 세입자는 불만을 품은 딸처럼 대한 그간의 인정을 배신한 거였다. 부모님은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마음의 상처가 더 깊은 했다. 


불의 앞에 당당하셨던 엄마라 이 정도쯤은 내게 알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연세 탓인지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딸깍 하고 마음에 스위치를 켠 건 부모님을 사수하라는 명령어였다. 순간, 구경이나 해봤지 싸운 적 없던 내게 불기운이 타오르는 걸 느꼈.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 나보다 네댓 살 많은 세입자에게 따박따박 따져 물었고 사과를 받아냈다. 나의 원동력이었던 부모님이 마음을 다쳤으니 내 성향은 아니지만 맞총해서라도 보듬는 것이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를 감싸고 보호했던 것처럼 이젠 부모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추고 염려와 노여움을 살필 때가 구나 싶어서 씁쓸하고 서글펐다. 그런 생각이 밀려오니 나만의 경계를 부수는 일이 망설여지지 않았고 다툼의 가운데로 들어서는 게 어렵지 않았다.


백세 시대에 반평생 넘게 살다 보니 지난 날의 시비에 다른 짐작이 들어찼다.

젊어서 불의 앞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엄마는 마음이 연약해져내게 전활 걸었던 게 아니었지 싶은 생각이 그것이다. 분노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무시하기로 결정한 엄마는 자식에게 위로나 받을까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 줄도 모르고 따져 물으며 덤비는 것이 부모님 대신 내가 할 일이라고 넘겨짚었던 아닐는지.




부당한 상황에 처하면 분노가 일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본능이다. 타당한 싸움이라고 생각되면 싸울 힘도 있어야 한다는데 마음이 기우는 것도 사실이다. 의로운 분노는 때로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도 할 테니까.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분노가 치밀 때마다 난 옳고 상대는 잘못이라고 저울질하게 되면 순간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불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서로 불행하지 않으려면 분노가 일지라도 잘 다듬어 다스리는 것 또한 따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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