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에 따라 바다는 육지가 되기도 하고 섭리에 따라 땅이었던 곳이 바다가 되기도 한다. 사람의 관계도 시간에 따라 차츰 변하여 간다. 오랜 친분으로 남을 것 같던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 그 자릴 메우기도 한다. 때에 따라 지형이 달라지는 것처럼 관계 역시 굵은 선이었다가 점선이 되기도 하고 아예 흔적조차 사라질 때도 있다.
카카오스토리에 하상욱 님의 짧은 글이 올라왔다.이 글이 눈에 띄자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마모되어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는 친해지고 싶은데 안 돼서 힘들었고 나이가 드니 멀어지고 싶은데 안 돼서 힘이 든다.
어려서는
다양한 무리에 소속되는 것이 잘 사는 비결이라고 단정할 만큼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좀 서운할 때가 있어도, 좀 지칠 때가 있어도 얼마 후면 회복이 되는 것 같았다.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관계 맺기의 미덕이라고생각했기에가능했던 듯하다.
삶이 더해지며
가식이나 형식에 얽매인 관계가 점차 거북해졌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비아냥대지 않고,정서가 같아마음이 통하는사람이있다는 걸 알기 시작하면서 만나고돌아섰을 때 허무한 시간은 거부하고 싶었다. 친분을 앞세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일상을 흩뜨리는 사람, 오랜만의쉼이란 걸 알면서도 방해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을 털끝 하나 남기지 않고 수시로 쏟아내는 사람,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강요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기력이 부쳤다. 매일 그러는 거 아닌데이 정도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기적인 거 아닌가? 하다가도 지나치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면불편한 게맞을 거라고생각했다.무엇이든 포용할 만큼 성숙한 나이가 되었으니 더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게 옳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관계란쌍방적일 때 가능한 것이지 일방적일 땐 반드시 한쪽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한쪽만 늘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사이여야 한다면, '나'는 없고 '그'만 있다면 과연 그 관계가타당하다고 볼 수있을까?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여전하다면 미안한 마음은 접어도 되지 않을까?
살아보니 편치 않은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소멸되었다.한쪽이든 서로든 원하는 모습이 달라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 후로 멀어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던 그간의 자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누군가 혹은 서로가잘못이나 허물 투성이 인간이어서 그리 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기억을 품고 살 수 없듯이불편함을 견뎌야 하는 관계까지이어가야 할지는 차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솔직한 대화가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독이 되는 경우도 보았기에앞으로는포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현명하게 구분되기를 바랄 뿐이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는 아닌 척할 뿐이지 실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위로받기를 원하는맘이 크다. 무수히 넘어지고 깨져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건 같은 상황에 같은 의미로호응해 줄사람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존재 아닐까? 지금 곁에 있는 이에게 향이 되어 주는 건 어떨는지. 가끔은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이, 때때로 안부가 궁금한 이에게 사려 깊은 사람이되어주는 건 어떨는지.
그동안은 '어쩔 수 없지'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럴 수는없지'도 염두에 두고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