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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05. 2022

시녀들

사람 사는 이야기

프라도 미술관, 그림에 진심인 가이드

일정 중에 가장 기대가 컸던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 시녀들을 볼 생각에 설레었다. 자유일정 3일 치를 하루 만에 클리어한다는 단체 관광답게 프라도 미술관에 들리기 전 우리는 이미 일만 오천보를 찍었다.


시 한 편을 낭독하시며 투워를 시작하신 현지 가이드분은 그림에 진심이셨다. 한 시간 반 동안 우리들을 이끌고 그림에 얽힌 뒷 이야기, 그림 속에 숨겨진 상징과 의미를 들려주셨다.

"이제 프라도 미술관 관람을 마칩니다."라는 말에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조금 쑥스러운 듯,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가이드분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자기 일에 자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드디어 시녀들


https://youtu.be/WKRKrpz09Fk

구독은 하지만 가끔만 보는 Nerd Writer

3D 매직

가이드분 관람 뽀인뜨 따라 전시관 입구에서 한번, 가까이 가서 한번, 설명을 듣고 입구와 그림 중간쯤 되는 거리에서 한 번씩 거리 차이를 두고 보았다.

이건은 매직인가?

뒤로 갈수록 그림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뀌었다. 가까이 볼 때는 검은색으로만 보였던 천장이 드러났다. 그림 뒤편 열린 문 뒤 계단 위 다리를 얹은 남자는 (뻥을 조금 더 보탰다면) 그림 너머 또 다른 문으로 연결되는 공간에 있는 듯 보였다. 전시관 입구, 전시관, 그림 속 공간으로 시점이 이어졌다.


피카소가 좋아한, 피카소만큼 자아가 강했던 화가, 벨라스케스

피카소는 매일 저녁 '시녀들'을 보러 왔다고 한다. 대가가 인정한 대가 그림이다.

벨라스케스는 그림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내 그림은 나밖에 못 그린다."

이 놀라운 자부심을 봐라. 시녀들 좌측 화가는 벨라스케스 본인이다. 가운데 십자가는 산티아고 기사단 표식으로 그림이 완성된 2년 뒤에 작위를 받고 굳이 다 그린 그림에 손을 대서 그려 넣었다고 한다. 요즈음 기준 나르시시스트 아닐까? 나르시시스트는 잘나고 싶어서 잘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승자의 뇌'에서는 피카소와 아들 이야기를 풀어내며, 도파민이 피카소를 독선적인 사람으로 바꾸었다 말한다. 승자의 뇌를 가진 사람들은 같이 공존하기 어렵다. 피카소가 아무리 벨라스케스를 좋아했다한들 둘이 붙여놓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누가 보고 있는 걸까? 누굴 그린 걸까?

그림 정면에는 엄마, 아빠를 기습적으로 보러 온 아기 공주와 공주를 말리는 듯한 시녀 둘이 보인다. 우측에는 난쟁이가 정면을 보고 있다. 난쟁이 옆에 궁중광대는 강아지 궁둥이를 툭 친다. "재롱 좀 피워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좌측에는 화가 본인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공주님 뒤 벽에는 거울에는 펠리페 4세 부부가 비춘다. 문 뒤 계단에 있는 사람은 왕비 시종으로 일했던 벨라스케스 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검색이 안돼 이전에 읽었던 책을 떠올리며 쓰고 있습니다. 추후 사실과 다를 경우 업데이트할게요.) 시녀 중 좌측 아래편에 위치한 시녀가 들고 있는 것은 피부를 하얗고 곱게 보이게 하기 위해 뿌린다는 수은이라고 한다.


거울에 비춘 것은 펠리페 4세 부부였을까? 아니면 벨라스케스가 그린 그림 속 펠리페 4세 부부였을까? 벨라스케스는 국왕 부부를 그린 걸까? 마르가리타 공주였을까? 정면에 위치한 공주를 그리려면 화가는 관객에 자리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결국 화가는 왕실 전속 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죽은 왕자 방을 받아 그림을 그렸던 자신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그림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고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진다. 내 머릿속 상상을 더해야 하니 명작인가 보다.


한줄 요약 : 시녀들,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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