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Aug 08. 2022

구엘 공원

사람 사는 이야기

(시누 큰 아들) 가우디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짜증 났을 것 같아요.

(나) 왜?

(시누 큰 아들) 아니, 멀쩡한 도자기를 깨서 하나하나 그림 퍼즐 맞춰서 붙여야 하잖아요.




구엘 공원을 구엘 공원답게 만드는 게 그건데? 쨍하니 밝은 색깔 타일을 깨서 붙였다. 타일이 모자라 이태리에서 공수했다는데 깨질까 곱게 포장해 오면 가우디가 과감하게 깨버렸다는 후문이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햇빛이 비추면 구운 자기 표면이 반짝인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결합해 탄생한 것이 무데하르 Mudejar 양식이다. 13~16세기에 걸쳐 발달한 양식으로 단순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에 타일과 이슬람 아라베스크 문양을 활용하였다. 세비야, 그라나다, 코르도바 같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가우디를 비롯한 모더니즘 건축가들에게 많은 양식을 미쳤다고 한다.(인용 : 프렌즈 스페인, 포르투갈, p.53, "스페인 건축을 말하다! 세라믹 타일)


채색 세라믹은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스승에서 제자에게 도제 방식으로 은밀하게 전해진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알려주는 장맛인가 보다. 일일이 손으로 제작하는 수제품이라고 한다.

공원 입구에 도마뱀 상에서 광장을 둥그렇게 둘러싼 물결치듯 일렁이는 의자까지 죄다 세라믹 타일을 붙였던데, 그 수고가 어마어마하다.

조카 말대로 가우디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었을 것 같다. 어마어마한 양의 타일 작업이라니! 구엘 공원에서 내려오면 정면에 집 두 채가 보인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나오는 과자집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지붕을 덮은 세라믹 타일을 보더니, 조카가 한마디 더 한다.

"지붕에 붙이는 건 더 힘들었을 텐데, 날도 이렇게 더운데..."

인부들을 걱정하는 너는 참으로 현실적이구나. 컸네.

"아! 이쁘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갔을 사람들 수고를 걱정하는 나이가 됐구나. 장하다. 역시 엄친아.


그 뒤에 우리 큰 아들, 여사친인지 여친인지와 하루 종일 카톡 하기 여념이 없다. 거기 지금 밤 11시 아니냐?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보다 카톡이 더 중요하냐? 이거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유적이 아닌 것으로 유일하게 '가우디 건축'이 등재됐다는데, 아이는 설명은 콧구녕으로도 안 듣는다. (가이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미니 라디오 같은 걸 주는데, 큰 아이는 이어폰이 하나 모자라기도 했지만, 여행 내내 쿨하게 가이드 설명은 제쳤다.)


더위를 먹은 건지, 말 많은 둘째는 입을 꾹 다물고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앞장서서 따라다닌다. 이 분은 자신을 어찌나 잘 챙기시는지, 소매치기 주의하라는 말에 가방을 앞으로 꼭 끌어안고,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실내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벗고 있더라. 이틀이 지나자 관광객들도 버스 타고 있을 때 빼고는 벗고 있는데, 둘째는 완강하다.


구엘 공원을 만들 때 나왔다는 건축 자재들 그대로 활용해서 구엘 공원으로 가는 길 아치형 복도를 만들었다.

돌과 흙으로 올린 그리스 신전 모양 기둥들이 인상적이다. 도마뱀 상이 있는 계단 쪽에서 올려다보면 신전 같아 보인다.

한줄 요약 : 타일 붙이는 노고를 생각하는 그대는 이미 철든 것이오.
이전 05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