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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토닥 Sep 07. 2024

아무 말없이  눈빛으로 위로받는 육아

4개월 그녀는 당연히 아직 말을 못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옹알이는 한다



4개월 그녀가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팔, 다리 등 접히는 피부 부위가 자꾸 빨개지고

눈 주변을 자꾸 긁는 4개월 그녀를 보며

직감적으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토피인 내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에.

소아과 나에게 스테로이드 처방전을 주고
보험사는 나에게 아토피 진단비라며 을 줬다.

아토피 진단비로 들어온 10만 원 입금 알람

울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태열, 수두, 아토피, 건선을 어릴 때부터 겪고

지금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불쑥불쑥 

나를 찾아와 괴롭히는 이 괴물 같은 녀석 중

하나가 4개월 그녀에게도 왔음이 미안했다.


방문한 소아과 의사는 4개월 그녀를 보자마자 첫 질문을 했다.

"아빠, 엄마 중에 아토피 있나요?"
"네 저요."
"아기도 아토피네요."
"유전인가요?"
"부모 중에 있으면 아기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기보험 있죠? 보험되는 보습제 어쩌고저쩌고"


그 뒤 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4개월 그녀를 임신했을 때부터 일절

커피와 콜라, 과자 등 입에도 대지 않았던 건

혹시나 그녀가 아토피가 걸릴까 봐였다.


걸려본 사람만이 아는 극심한 간지러움과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는 피부 트러블을

나는 그녀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그냥 먹으라고 했지만

난 혹시나 이걸 먹어서 아기가 아토피가 생기면

그때 이걸 먹은 사실을 후회할 것 같다며 참았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녀는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말도 못 하고 벅벅 긁고

자다가 간지러워서 깨고

여기저기 손톱자국이 남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니 눈물이 흘렀다.


 잘못인 것만 같아서 미안해서 말이다.

처방받은 스테로이드를 발라주며

이 연고를 이제 평생 그녀 가방 파우치 속에

나처럼 넣고 다니게 될 그녀가 안쓰러웠다.


점점 스테로이드 수치는 높아질 것이고

이것도 안되면 발가벗고 광선 치료도

나처럼 하면 어떻게 하지 싶었다.


스테로이드를 면봉에 최대한 얇게 발라주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눈물이 또다시 차올랐다.

차오른 눈물에 비친 그렁그렁함

신기한지 그녀는 더욱더 빤히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웃으며 괜찮다고 미소를 날린다.

걱정하지 말라고

나을 거라고 말이다.


그녀의 티 없이 맑은 미소를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과 콧물이 줄줄

입꼬리도 그녀를 따라 올라갔다.

나는 그녀의 아토피를 면봉으로 쓰다듬어주고
그녀는 나의 마음을 미소로 쓰다듬어 주었다.

상담심리학 수업을 처음 듣던 날

교수님은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건

화려한 언변과 깊은 상담 심리학 지식도 아닌

진솔한 내담자를 향한 눈빛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4개월 그녀가

나를 상담해 주고

눈빛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 같다.

나를 위로해 준 4개월 그녀에게

아래의 시를 바친다.


_아토피는 가라_

아토피는 가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향그러운 아기향만 남고
그 모오든 아토피는 가라


제발 가라

제. 발.


[마음토닥 쿠키]

항상 글 말미에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쿠키 사진을 넣고자 합니다. 이번 화의 쿠키 사진은 그녀의 각종 연고 및 화장품 컬렉션입니다. 처방받은 부위별 스테로이드 연고부터 프랑스에서 건너온 내가 쓰는 화장품보다 더 비싼 크림까지 종류와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아직 그녀의 피부에  맞아서 그녀의 아토피를 마법처럼 낫게 해주는 아이템은 없습니다. 물론 아토피가 하루아침에 나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엄마의 마음은 오늘밤 자고 나면(지금 그녀를 재우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일 아침엔 뽀얀 피부가 되어있기를 꿈꿉니다. 아니, 오늘 밤만이라도 간지러워서 깨지 않고 푹 자고 개운하게 그녀가 아침을 맞이하길 오늘도 기대해 봅니다. 기대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도 알고 동시에 살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알기에 옆에서 잠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그마한 기대를 해봅니다.


오늘은 재미있는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마음 토닥토닥 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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