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토닥 Sep 06. 2024

그녀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4개월 그녀와 침 전쟁을 선포하다. 프로이트 씨, 구강기는 언제 끝난다고


평소처럼 4개월 그녀를 아픈 손목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 놀이를 해주고 있었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그녀

또 특유의  미소를 보이더니

침을 내 얼굴에 뱉었다.

아니 쏟았다.

맞다.

엄밀히 말하면 뱉었다기보다는

거의 쏟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쏟아진다기보다는

술에 취해서 실수로 옆사람 바지에

소주잔을 쏟았다는 느낌이 부합한다.


미묘한 패배감이 든다.

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침을 내 얼굴에 쏟은 그녀에게서

나는 패배의 쓴 맛을 봤다.

물론 4개월 그녀는 이미 온 얼굴이 침 범벅이다.

승자의 미소를 날리며 말이다.


4개월을 맞이한 그녀는

이제 모든 사물과 본인의 신체를

특히, 손가락 심지어 주먹까지 입으로 가져간다.

이제 그녀도 그 유명한 '주먹고기' 맛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마치 모든 사물을 입으로 탐닉하겠다

욕구를 표출하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주먹을 입으로 넣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발가락을 빨며 하루를 끝낸다.


나도 이렇게 매일 그녀에게

패배할 수는 없으니 전략을 세워야겠고,

그 전략의 참모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씨를

모시기로 했다.

대학시절 심리학과 시험에서 항상 논술문제로

제시된 프로이트 양반을 내가 다시 소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엔 4개월 그녀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길래 단순히 제지했다.

또 가져가길래 또 제지했다.

계속 가져가길래 계속 제지했다.

그러다 느꼈다.

이것이 그렇게 단순히 제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딸랑이로 그녀의 관심도 돌려보고,

모빌을 계속 귀에 꺼도 들릴 정도로 틀어놓아도

결국 그녀의 손가락은 어느새 입으로 향해 있다.

이제는 아예 내가 보이지 않는(그녀 기준)

반대편으로 고개를 휙 돌려

나의 존재가 시야에 없으면 손가락을 입에 넣는 대범함까지 선보였다.

어젯밤에는 밤에 물고 자는 쪽쪽이와 입 사이

작은 공간에 새끼손가락을 기어이 비집고 넣어

쪽쪽이를 손가락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쾌감을 느끼며 잠들었다.


내가 나의 전략 참모로 프로이트씨를 소환한 건

그가 주장했던 인격발달이론의 첫 단계

'구강기'였음을 기억했기 때문이고,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4개월 그녀)에 대한 분석이 최우선임을 알기에 다시 한번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고서야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었지.'

그는 너무 모든 것을 성적 중심화, 성적인 요소에 치중해 있었다.

대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이상한 양반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참모가 나에게서 100% 이론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선택적 집중을 하는 수밖에 없지 싶다.


"프로이트 양반 도대체 구강기는 언제 끝난다는 거죠?"

"(약) 2세입니다."

"그럼 아직 (약) 1년 8개월이 남았군요."

"구강기는 본능적으로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 물고 빨며 탐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시기는 입술과 혀, 잇몸 등 구강 주위의 자극에 집중하고, 구강자극을 통해 생리적 욕구와 안정감, 만족감 등을 채웁니다."

"그럼 제지하면 안 되는 건가?"

"네."


그녀의 구강행 손가락 열차를 더 이상 제지하면 안 되는 것임을 알게 된 이상,

난 전략을 바꿔야 함을 알았다.


그녀의 욕구를 무시할 수는 없고,

구강기가 아직 그렇게나 많이 남았다면 내 선택은 하나.


그녀의 손가락을 자주 씻어주고

최대한 얼굴에 침독이 오르지 않도록 손수건이 닳도록 닦아줄 뿐.

(똥독은 들어봤어도 침독은 처음 들어보고 처음 접해봤다. 둘 다 아주 독하다.)


쪽쪽이도 거부하고 치발기도 거부하는

그녀의 선택이 오로지 그녀의 손가락이라면

나 또한 그녀의 선택을 이제는 존중하고,

최대한 청결히 유지해 주는 전략으로 노선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녀의 구강기끝나기를 고대하며.

그녀의 손가락이 불어 터진 어묵에서 벗어날 날을 고대하며.

그녀의 손가락을 향한 무한한 열정에 치얼스.

그녀의 구강기를 이해하고 봐도 못 본 척 용인해 줄 나의 손가락에 박수를.




아, 프로이트 양반.

일단 구강기는 지나가 보겠네.

항문기 때 보세.




[마음토닥 쿠키]

항상 글 말미에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쿠키 사진을 넣고자 합니다. 이번 화의 쿠키 사진은 그녀가 가진 턱받이 콜렉션입니다. 짱구부터 코니까지 엄청 다영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한개도 쓰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면 그녀가 열이 많아서 턱받이를 하면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거든요. 심지어 발바닥도 흥건하게 땀으로 범벅이 되더라구요. 찾아보니 아기들은 아직 열 배출에 미숙하여 특히 목과 가슴사이, 겨드랑이로 열 배출을 한다고 하네요. 곧 당근행이 될꺼 같네요.


오늘은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늘도 마음 토닥토닥 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