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중에 아토피 있나요?" "네 저요." "아기도 아토피네요." "유전인가요?" "부모 중에 있으면 아기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기보험 있죠? 보험되는 보습제 어쩌고저쩌고"
그 뒤 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4개월 그녀를 임신했을 때부터 일절
커피와 콜라, 과자 등을 입에도 대지않았던 건
혹시나 그녀가 아토피가 걸릴까 봐였다.
걸려본 사람만이 아는 극심한 간지러움과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는 피부 트러블을
나는 그녀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그냥 먹으라고 했지만
난 혹시나 이걸 먹어서 아기가 아토피가 생기면
그때 이걸 먹은 사실을 후회할 것 같다며 참았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녀는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말도 못 하고 벅벅 긁고
자다가 간지러워서 깨고
여기저기 손톱자국이 남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니 눈물이 흘렀다.
내잘못인 것만 같아서 미안해서 말이다.
처방받은 스테로이드를 발라주며
이 연고를 이제 평생 그녀 가방 파우치 속에
나처럼 넣고 다니게 될 그녀가 안쓰러웠다.
점점 스테로이드 수치는 높아질 것이고
이것도 안되면 발가벗고 광선 치료도
나처럼 하면 어떻게 하지 싶었다.
스테로이드를 면봉에 최대한 얇게 발라주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눈물이 또다시 차올랐다.
차오른 눈물에 비친 그렁그렁함이
신기한지 그녀는 더욱더 빤히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가씩 웃으며 괜찮다고 미소를 날린다.
걱정하지 말라고
나을 거라고 말이다.
그녀의 티 없이 맑은 미소를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과 콧물이 줄줄
입꼬리도 그녀를 따라 씩 올라갔다.
나는 그녀의 아토피를 면봉으로 쓰다듬어주고 그녀는 나의 마음을 미소로 쓰다듬어 주었다.
상담심리학 수업을 처음 듣던 날
교수님은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건
화려한 언변과 깊은 상담 심리학 지식도 아닌
진솔한 내담자를 향한 눈빛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4개월 그녀가
나를 상담해 주고
눈빛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 같다.
나를 위로해 준 4개월 그녀에게
아래의 시를 바친다.
_아토피는 가라_
아토피는 가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향그러운 아기향만 남고 그 모오든 아토피는 가라
제발 가라
제. 발.
[마음토닥 쿠키]
항상 글 말미에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쿠키 사진을 넣고자 합니다. 이번 화의 쿠키 사진은 그녀의 각종 연고 및 화장품 컬렉션입니다. 처방받은 부위별 스테로이드 연고부터 프랑스에서 건너온 내가 쓰는 화장품보다 더 비싼 크림까지 종류와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아직 그녀의 피부에 딱 맞아서 그녀의 아토피를 마법처럼 낫게 해주는 아이템은 없습니다. 물론 아토피가 하루아침에 나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엄마의 마음은 오늘밤 자고 나면(지금 그녀를 재우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일 아침엔 뽀얀 피부가 되어있기를 꿈꿉니다. 아니, 오늘 밤만이라도 간지러워서 깨지 않고 푹 자고 개운하게 그녀가 아침을 맞이하길 오늘도 기대해 봅니다. 기대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도 알고 동시에 살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알기에 옆에서 잠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그마한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