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눈덩이의 꿈』
올해는 첫눈이 신고식을 너무 요란하게 치르네요. 함박눈이 내리는 걸 볼 때는 경이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다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눈길을 걸을 때는 넘어질까 조심스러워 뒤뚱거리며 조금씩 원망하기도 합니다. 폭설 경보에 이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고 소식이 많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는 길에 눈덩이를 뭉쳐 눈사람을 만들고 눈꽃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을 보니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은 참 멋지니까요.
오늘 이야기는 눈 내리는 들판을 굴러가는 작은 눈덩이 이야기입니다.
하얀 들판에 저 멀리 푸른 나무들이 보입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립니다.
길을 내며 굴러가는 작은 눈덩이가 당찬 모습으로 위쪽을 바라봅니다.
작은 눈덩이는 큰 눈덩이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큰 눈덩이가 말한 대로 쉬지 않고 굴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구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구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숲에는 나무가 많아서 피하느라 애를 먹었어요.
비탈길에서는 너무 빨리 굴러서 더럭 겁이 났습니다.
작은 눈덩이는 열심히 굴러보았지만 결국 비탈길 아래 눈밭에 콕 박히고 말았어요.
다행히 몸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머리에 나뭇가지가 박혀서 빠지지 않았어요.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마귀가 다가와 나뭇가지를 쏙 뽑아 주었어요.
까마귀가 슬며시 다가옵니다. 까마귀도 혼자였나 봅니다.
둘은 함께 길을 가기로 합니다.
작은 눈덩이는 열심히 구르고 까마귀는 그 옆에서 날아갑니다.
열심히 구르던 눈덩이는 길에서 부서진 눈덩이를 만납니다.
또 얼마쯤 가다 작은 눈덩이들이 잔뜩 붙어 있는 커다란 눈덩이를 만납니다.
이번에는 따스한 햇볕에 녹아내리는 눈덩이들을 만납니다.
열심히 구르던 작은 눈덩이가 멈춰 섭니다. 자신이 정말 커다랗고 멋진 눈덩이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다른 눈덩이처럼 ‘부서지지 않을까?’, ‘녹아버리지는 않을까?’, 차라리 ‘커다란 눈덩이에 붙어서 편하게 가볼까?’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옆에 있던 까마귀가 작은 눈덩이에게 너는 할 수 있다고, 너의 길을 가야 한다고 용기를 줍니다.
작은 눈덩이는 결심합니다.
그렇게 다시 열심히 굴러가던 어느 날, 아주 작은 꼬마 눈덩이를 만납니다.
꼬마 눈덩이의 말에 작은 눈덩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신나게 구르기 시작합니다.
까마귀는 그 옆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갑니다.
저는 작은 눈덩이처럼 쉬지 않고 앞만 보고 구르지 못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이 길 저 길 많이도 두드려보았습니다. 진득하지 못해, 하다 그만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그 덕택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앞만 보고 묵묵히 구르는 눈덩이가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어 보니 제가 작은 눈덩이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브런치 세계는 알아갈수록 깊고 넓습니다. 글을 정말로 잘 쓰는 분들이 넘쳐납니다. 그 안에서 절망하기도 하고 때론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고민하는 글을 올렸을 때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다들 그럴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닌가 봅니다. 다시 힘이 났습니다. 그래서 작은 눈덩이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 글을 계속 쓰기로 했습니다.
작은 눈덩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까마귀가 제게는 모든 글벗님들이십니다. 우리같이 서로 응원하면서 저마다의 길로 쭈우욱 계속 굴러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우리가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열심히 같이 굴러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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