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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영 Dec 25. 2020

"차별은 본능"이라는 당신에게 -첫 번째 이야기

[책]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가 <편견>을 통해 답한다

"솔직히 어쩔 수 없어. 장애인을 보면 본능적으로 경계하게 되더라고. 물론 안 그런 척하려 하지만 거부감이 확 드는 건 본능이야"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가 한데 어우러진 주거공간 '소셜믹스'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A는 이렇게 답했다. 게 정확히 무슨 말이냐고, 그래서 소셜믹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A의 주장은 "사회, 경제적으로 지위가 다른 사람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사는 게 서로에게 좋으니 소셜믹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였다.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경계심, 두려움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결코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니 차별하고 차별당하지 않으려면 서로 다른 이들끼리는 분리된 지역에서 거주하는 게 낫다는 얘기였다.


저 짧은 말속에 반박할 지점이 너무도 많아 입술을 달싹거렸다.


'우선 소셜믹스 형태 주거공간의 임대와 분양주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주거공간으로 나눠진 게 아니다. A는 임대주택에는 극도로 빈곤한 이들이 거주할 것이고,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면 분명 하자가 있을 것이란 기이한 결론을 나름대로 내리고는 장애인 얘기를 한 것일 테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 임대 주택에 장애인이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심각한 논리적 오류다. 장애인이 살더라도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분리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또한 임대 주택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경제 취약 계층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실제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아직 자산이 충분하지 못한 젊은 청년세대가 많이 산다. 그리고 설령 경제적으로 아주 빈곤한 취약 계층이 함께 거주한다고 해도 경제적 지위가 다르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건 타당하지 않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반박하고 있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명 잘못된 발언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 또한 뚜렷한 답을 알고 있지 못해서였다.

 

차별이 옳지 않다는 건 알지만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거부감은 본능일까?",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분리가 과연 차별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없었다.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의 <편견>을 접하게 된 건 그때였다. 고든 올포트는 혼란을 겪고 있는 내게 왜 차별이 옳지 않은지, 왜 분리가 바람직하지 않은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편견을 옹호하고 조장하는 이들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알려준 고든 올포트. 그의 저서 <편견> 속 핵심 내용은 "'차별은 본능'이라는 당신에게-두 번째 이야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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