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풍경을 마주하며 백사장에 앉아
하늘과 바다의 색이 같아질 때까지
당신의 눈빛을 곱씹어봅니다
그럴 때 나는 신기루와 수평선과
뒷산의 박새 소리를 그리워하는
바다뱀이 됩니다
표정과 그림자의 색이 같아질 때
떠나던 당신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먼 풍경을 마주하며 백사장에 앉아
나는 하늘과 바다를 본다 했고
당신은 수평선을 본다 했습니다
그 눈빛 참 헛헛했는데
이쯤 와선 벗겨낸 허물 같은
그때의 대화만 남았습니다
당신은 몽땅 잊고
우리만 영영 기억할 겁니다
바다뱀은 무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