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술 마시자
앞뒤 다 자르고 돌아가는 길도 지우고
외딴 섬으로 당신을 불러내고 싶다
겨울비도 누가 죽었다는 소식도
돈 떼였다는 하소연도 필요 없이
옆자리 말고 꼭 앞자리에다가
지뢰라도 심어두고서 당신을 앉히고 싶다
목적을 알 수 없는 말들을 마구 하고 싶다
갇혀있던 색색의 풍선들 저녁놀에 쏟아지듯
어지럽고 아름다우나 잃을 수밖에 없는 말들을
실은 목적 없는 말이었고
목적 없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말이었고
내뱉지 않으면 속에서 터져버렸을 말들을
어리둥절한 당신을 돌려보내고 나는 눕는다
암순응도 전에 겨울 산으로 날아가는 풍선들
멀리 펑펑 터지는 소리를 모른 체해봐도
그건 절대 숙면은 아닐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