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것에 마음이 동한 날이 있다
때로 노을의 온도를 가늠해보고
때로 아무 감동 없이 시를 읽고
때로 밤새 뜬 눈으로 천장을 구석구석 헤매었다
무용하므로 나는 변함이 없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으므로
당신은 여전히 멀다
내 생활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늘 하찮았고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사랑은 고스란히
내 몫의 빚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밤하늘을 읽는다
당신은 여전히 멀고
당신의 흔적은 여전히 빛난다
내 기억의 가계부에서
당신이란 별빛은 내가 갚아내야 할 환한 빚
그러나 당신은 진작에 식었을 것이다
이 지구에 나만 덩그러니 남아
빚을 갚아내는 동안
이미 암흑이었을 당신
이별은,
이 별은 남겨진 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