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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28. 2023

접지 못하는 마음

접지 못하는 마음


14년 전, 고시원 606호에는 

거구도 뛰어내릴 수 있을 만큼

큰 창이 서향으로 나 있었습니다

그 창 때문에 월세가 1만 원 더 비쌌지만 

허리 부분이 푹 꺼진 침대에 누우면

울다가도 창 맞은편 벽으로 

저물녘 볕이 환했습니다

흰 뼈를 불에 달구면 꼭 저런 색일까 싶어

창을 내다보면 노을이 붉었고 

붉은 것은 으레 뜨겁겠지 그랬습니다


한때는 당신과 함께 하는 나날이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삶의 많은 날들 일출은 보지 못해도 

일몰의 서러운 볕에 자주 젖곤 했는데

그 덕분에 사랑을 배웠나 싶고


오늘은 당신이 산 시집을 

나눠 읽고 같이 들었습니다

우리 수천의 날들처럼 다 좋아서 

일일이 귀퉁이 접기를 포기했던 순간들


접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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