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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28. 2023

흰죽

흰죽   

 

앓아누운 당신을 위해 

찬밥을 물에 말아 뭉근하게 끓입니다.

다진 무말랭이와 간장 한 종지

보양식도 산해진미도 아닌, 

밋밋하기 그지없는 흰죽에다가 

휘휘 젓는 몇 바퀴의 숟가락

당신 걱정에 내쉰 몇 번의 한숨

얕은 그릇에 옮겨 담는 몇 국자

     

요리랄 것도 없는 흰죽을 

여러 번 불어 식히고 

오래 씹어 삼킨 당신

병치레의 수면 위로 잠시 떠올라 

비로소 숨통 트인 듯 

- 맛있다. 이제 살 것 같아.


당신은 내가 끓인 흰죽을 먹고

나는 당신이 뱉은 흰 숨을 마십니다

사랑만은 함께 앓을 수 있어서 

그제야 나도 겨우 살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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