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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22. 2023

싶어요

싶어요


안개를 뒤집어쓰고도

뒷산 지나치게 초록이고

꽃과 열매 피어나는 소리

박새 울음처럼 쏟아지면

나만 죽어가는 것 같아요    

 

불볕의 이별 통과할 자신은 없고

날짜를 뒷걸음질칠 수도 없을 때

주저앉아 신열을 앓는 시간     


모두 죽어있고

우리만 오롯이 살아있던 그 겨울로 

돌아가고 싶어요     


언 손이 언 손을 잡던 계절

그 저릿한 손끝에 매달았던

흰 약속들은 뚝뚝 끊어졌지만     


시작과 끝이 서로의 뒷덜미를 물면

피 흘리며 죽어가는 건 늘 시작이었어요     


여름이 오기 전에 우리의 겨울로

도망치고 싶어요     


끝나버리기 전에 

아직 끝은 아니었던 때로 

달아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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