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자마자
변해버리는 마음이 있다
여긴 별로 안 추워
말하자마자 어깨를 움츠리고
닫아건 치열 사이로 스스스
들숨을 삼킬 때
잠시 들렀다며 찾아와선
오래 울다가 깊이 잠든 네가
며칠 뒤 귤이 든 검은 비닐만 두고
다시 소식이 없을 때
묻기도 전에
괜찮다는 말을 늘어놓는
57년생 아버지가
요즘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도 그만 괜찮다고 대답한다
11월도 하순이면
후회를 복기하며 500미터만 걸어도
낮이었던 세상에 어스름이 지고
진심이었다고 말해도 거짓이고
거짓이었다고 말해도 진심인 순간,
우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