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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30. 2023

나는 가끔

나는 가끔


하늘이 높아지면 그늘도 깊어지는지


설거지하는 엄마의 둥근 등

피우려다 말고 제 안에서 입구를 닫아건

연꽃 봉오리 같다

스물의 여름날

피워야 할 꽃 대신 둥글게 부푸는

뱃속의 그늘을 키웠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89년 10월 31일

가을 하늘은 얼마나 높았을까

그늘은 또 얼마나 깊었을까


그늘이 깊어지면 몸 끝이 타들어가는지

단풍은 나무의 생 끝자락마다 붉고

엄마의 팔다리는 자주 저리다


나는 가끔

나의 출생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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