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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22. 2023

도리

도리


내뱉자마자

변해버리는 마음이 있다


여긴 별로 안 추워 

말하자마자 어깨를 움츠리고

닫아건 치열 사이로 스스스 

들숨을 삼킬 때


잠시 들렀다며 찾아와선

오래 울다가 깊이 잠든 네가

며칠 뒤 귤이 든 검은 비닐만 두고

다시 소식이 없을 때


묻기도 전에 

괜찮다는 말을 늘어놓는 

57년생 아버지가 

요즘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도 그만 괜찮다고 대답한다


11월도 하순이면

후회를 복기하며 500미터만 걸어도 

낮이었던 세상에 어스름이 지고


진심이었다고 말해도 거짓이고

거짓이었다고 말해도 진심인 순간,


우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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