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고시원 606호에는
거구도 뛰어내릴 수 있을 만큼
큰 창이 서향으로 나 있었습니다
그 창 때문에 월세가 1만 원 더 비쌌지만
허리 부분이 푹 꺼진 침대에 누우면
울다가도 창 맞은편 벽으로
저물녘 볕이 환했습니다
흰 뼈를 불에 달구면 꼭 저런 색일까 싶어
창을 내다보면 노을이 붉었고
붉은 것은 으레 뜨겁겠지 그랬습니다
한때는 당신과 함께 하는 나날이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삶의 많은 날들 일출은 보지 못해도
일몰의 서러운 볕에 자주 젖곤 했는데
그 덕분에 사랑을 배웠나 싶고
오늘은 당신이 산 시집을
나눠 읽고 같이 들었습니다
우리 수천의 날들처럼 다 좋아서
일일이 귀퉁이 접기를 포기했던 순간들
접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