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하루 걸러 잊던 나 아주 어릴 적에 진미채가 목에 걸려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갓 스물을 넘긴 엄마가 우는 동안 할머니는 나를 거꾸로 들고 목구멍에 걸린 벌겋고 질긴 죽음을 손가락으로 집어 꺼내셨다고 했다. 기억을 하루 걸러 잊던 때라 나는 나의 죽을 뻔했던 일을 루머처럼 흘려듣는 수밖에 없다. 이제 몇 년치 기억이 더부룩해 가끔 숙취로 게워내는 지경이지만
뻔한 일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죽을 뻔하거나, 죽어도 좋을 뻔한 순간들 있는데 그럴 때마다 누가 자꾸 날 살렸다. 목숨이 하나라는 말은 잃고 나서야 진실이다. 죽을 뻔한 적 있어도 살 뻔했던 적은 없었다. 뻔했다는 건 이뤄지지 못했다는 거니까. 어쨌거나 나는 죽음 대신 삶을 이뤄냈으니까.
사는 게 뻔하다는 말도 죽고 나서야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