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빈 Aug 22. 2023

기억 보관법

기억 보관법    


새벽녘 흰 여우 울음소리

귓바퀴에 묻히며 잠들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낙서

지우려 문지를수록 되려 기억이 묻어

세 들어 살던 벽돌집 여태 선명하고

좁은 방 무릎 세워 앉아 울고 웃던

우리 자리에 기억의 온기가 여전합니다    

 

묻어두고 싶은 기억은 묻어두려 애쓸수록

찌개 국물처럼 하필 손 닿지 않는 곳에 튀고 

당신 그때 내게 꼭 그래야만 했던 거냐

따져 묻고 싶다가도 곰곰이 새벽이 오면

서로 기억을 묻히고 사는 처지에 

구태여 원망을 덧칠하지 말자 그랬습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마술은 늘

콧기름을 묻히며 완성되곤 했는데

손안의 동전이 사라지거나 나타나듯

내게 묻은 기억과 내가 묻힌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이룬 셈입니다     


투명할 수 없으나 언제나 선명하게

기억을 보관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전 17화 뻔한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