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역 2번 출구 앞 1톤 트럭에
껍질 깐 밤들이 한 소쿠리 가득
저들끼리 이마 맞대고
무슨 궁리라도 하는 건지
복닥복닥하게 모여 앉아
추위를 견뎌내려는 셈인지
겨울이 왔다고 겨울은
넓은 터 말고 좁디좁은 틈새를
기어코 비집으며 오는 거라고
겨울은 잠바 주머니에 넣은 손 말고
한 줄 드러난 얇은 손목을 덥석 잡는다고
찬 바람에 말갛다 못해 창백해진 밤들
가시 송이를 잃고 껍질도 죄 까발려진
꼭 추울 때 더 유난스러운 가난을 닮은
저 밤들이 밤톨들이 눈송이보다도 먼저
지상에 굴러 떨어진다
화로에서 수십 바퀴 구르고 나면
그제야 낯빛에 윤기가 돌고
몇몇은 거무스름하니 탄내를 풍기고
손 잡고 얼굴 맞대고 저들끼리 뜨끈하니
겨울이 무어냐고 추위가 대수냐고
고난을 견뎌낸 이들에게서 날 법한
고소하고도 서글픈 냄새를
바람결 사이사이 피어 올리며
어떤 겨울도
저 혼자 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