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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Sep 19. 2023

낙동강 서신

낙동강 서신


내 생도

여기까지겠지요 

    

태백서 걸어왔습니다

누가 떠민 듯, 툭 시작된 걸음

이쯤 와선 남 탓을 하기에도

멀고 먼 길입니다

     

당신네들 사는 것도 그렇더만요

내 여태 강가에서 텅 빈 눈빛들을

많이도 봐왔습니다

무릎께까지 젖은 바지를 

말리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뒷모습 

물수제비나 던질 힘이라도 있으면

나는 다 맞아줄 요량이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한 시간이 넘도록

내 등에다 돌을 실어 보내더만요

평생 그의 돌이 바닥나지 않을 것임을

한 번 잃은 돌은 다시 찾지 못할 것임을

우리는 서로 다 알면서도 

손에 쥐었다 포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당신네들도 그쯤 와선 

남 탓을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지요 

끝자락까지 이르는 동안 

우리 참 많이도 굽이치고 

넘쳐흘렀다가 또 메말랐습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흐르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유속이 느려집니다

멀리 철새 떼가 날아오릅니다

눈물보다 짠 것이 울컥하고

며칠 전 술 먹고 토악질하던 

당신네처럼 걸음이 비틀댑니다

목하 안녕을 말하고

뒤로 돌아서자

펼쳐지는 

바다 -    

 

놓치면 끝이라 여긴 

생의 하단(下端)

     

생은 다시 

여기서부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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