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도
여기까지겠지요
태백서 걸어왔습니다
누가 떠민 듯, 툭 시작된 걸음
이쯤 와선 남 탓을 하기에도
멀고 먼 길입니다
당신네들 사는 것도 그렇더만요
내 여태 강가에서 텅 빈 눈빛들을
많이도 봐왔습니다
무릎께까지 젖은 바지를
말리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뒷모습
물수제비나 던질 힘이라도 있으면
나는 다 맞아줄 요량이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한 시간이 넘도록
내 등에다 돌을 실어 보내더만요
평생 그의 돌이 바닥나지 않을 것임을
한 번 잃은 돌은 다시 찾지 못할 것임을
우리는 서로 다 알면서도
손에 쥐었다 포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당신네들도 그쯤 와선
남 탓을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지요
끝자락까지 이르는 동안
우리 참 많이도 굽이치고
넘쳐흘렀다가 또 메말랐습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흐르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유속이 느려집니다
멀리 철새 떼가 날아오릅니다
눈물보다 짠 것이 울컥하고
며칠 전 술 먹고 토악질하던
당신네처럼 걸음이 비틀댑니다
목하 안녕을 말하고
뒤로 돌아서자
펼쳐지는
바다 -
놓치면 끝이라 여긴
생의 하단(下端)
생은 다시
여기서부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