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삶
오래전에 한
남자가 있었답니다.
그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이고
누구도 자신을 대신하는 존재를 인정하지
못했답니다.
그는 그렇게 만들어졌답니다.
단 한 사람 외에는 자신 위에 존재하는 이 없다 하였습니다.
그녀였지요.
그녀의 의적이자 그의 어머니!
그가
태어남으로 그녀의 삶에 의미 었으며
살아 숨 쉬는 그녀의 원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대단한! 인생의 값어치였답니다
누구에게도 자랑스러웠으며
누구라도 부러워해야 하는 밀깡이랍니다.
그녀의 주장을 들어보면
"네 집 아이는 모과지만 내 집 아이는 밀깡 이야!"
그래!
밀깡같은 사람
그 시대에 그곳에서는
예쁘고 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오래전에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키도 작고, 눈도 작고, 손도 작은
볼품없이 왜소한 작은 곰같이 생긴
귀하지도 곱지도 아니하여 주변의 시선을
받지 못했던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짱돌 같은 못난이라고 흉흉하게 소문이 났답니다.
" 새마을 못난이~"
조롱박처럼 굴러다니는 짱돌 같은
의미 없었던 사람
여자
그 둘이 인연이 되어 만났습니다.
밀깡같이 곱디고운 사람
남자는
그 어미가 부여한 자기의 존재를 버리고
못난이 사람 여자를 위해 삶을 열어갑니다.
못난이 사람
여자는
사랑받지도 이쁨 받지도 못 할 것 같았던
청춘의 길 끝에서 긴 시간을 타고 와
밀깡같은 예쁜 남자 사람에게
내렸습니다.
세상에서 얻지 못한 희열을
누리면서 봉우리 활짝 만개하며......,
암울함을 떨치고......,
귀함을 받아가면서......,
생의 전환기가 될 반백년의 반을 함께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왔답니다.
계절의 황혼처럼 석양의 빛으로 물든 '작살나무'의
잎과 열매가 화려하게 몽글몽글 매달리듯
서로를 향해 매달리며.
여기까지!
이야기였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밤으로부터
시작된다.
시계가 정확하게 새겨 둔 약속처럼
알람과 함께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는 잉잉거리며 돈다.
물?
생명수?
물줄기가 힘차게 돌며 사방의
초록과 연두의 빛들 사이로 생명의 목마름을
해갈하며 헤집어 놓는다.
숨겨진 '산수국' 사이 작은 잎 틈새에
그들이 달려 들어가 자리 잡는다.
그리고
"도착이야! 도착했어? 어이
늦장 녀석 도착했남?"
앞 다투어 '남천 ' 사이에도 안착한다.
어제 둥지를 튼 '나나 향나무'는
그 표정 그대로 홀로 자리 잡은 그곳에서
요란하게 지랄 맞게 돌아가며 온몸을 때리고 가버리는 물매질을
의연한 자세로 받아준다.
마치,
밀깡처럼.
요란한 물 바람과 매질이 계속되는 동안
반백년을 살아 짱짱했던 허리가 휘청하여도 누가 볼까 서둘러
혹 아픈 상처될까 봐 당단풍 아래 잡풀을
잡아챈다.
당신의 어려움을 잊은 채
여린 못난이를 위해 도움닫기를 한다.
귀하디 귀한 손 언저리에
흙 그림자 가득하여 너저분하게 보여 밀깡의 예쁨이 사라져도
쉬지 않고 움직여 자신을 되새김 질 한다.
물 매질은 멈춰 온통 초록과 녹색의 화사함이
물기운과 함께 영롱하다.
고혹한 '소사나무'가 한가득 물방울을 머금고
따가운 해 아래서 긴 한 낮을 지내 온
자신을 대견해하며 느긋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당신
존재감 있었던
밀깡.
셔츠 사이에 몽글몽글 맺힌 땀들은 연신 괴롭힌다.
자화자찬을 할 만한데도 몽롱한 그네들
사이를 거닐며 대견해한다.
"햐! 이네들도 쑥쑥이네"
유난히 무더운 한낮의 태양을 이겨 낸
'미니 배롱나무'의 앙증스러운 잎들과 가지의 매끈함을 칭찬한다.
"나 좀 봐요. 힘든 하루를 이렇게 서서 이겨냈지, 칭찬하고 싶어!"라고 외치는
키가 큰 '마디풀'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그녀
못난이는
덤벙 달려들어서는
맞서지 못하고 늘 숨죽여 있는 생생 잎 사이로 힘없이 매달린 갈잎을 만지작 거린다.
그리고
부러워한다.
"나?"
자신이고 싶어 한다.
모지리 못난 것을 떨쳐내고 싶어 한다.
"너?"
매끈한 다리를 자랑하며
연분홍 꽃을 피우는
"배롱이"
처럼 되고 싶어 한다.
그럼, 그 어미가 자신의 존재감인 밀깡을 칭찬할 때
한 수저라도 곁들여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하! 울 아비가 좋아했지."
그래도
아비는 매끈하지 않은
그녀
못난이를 좋아했다.
하루가 물레방아 물 타래 돌듯이 흘러간다.
새로운 날이 되었다.
전 날에 생명수 물매질에 혼줄이 났던
그네들을 격려하려 다시 찾았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은
사람도 동물도
뜨거운 기운에 고통의 몸부림을
아니할 수 없었다.
따갑도록 빛 한가운데 스스로 몸을 세워 그늘이 된
밀깡은 못난이를 위해 오늘도 좁다란 흙단을 쌓는다.
그녀 못난이의 길에, 길을 내어준다.
스물 말년에 생명을 준 부친의 그늘에서
고집스러운
자태로 고고한 척 '소사나무'처럼 살다가
언제였는지 새침 떼는
맘을 안고
밀깡옆에서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당신만 인정하는 행복의 시간 20년을 지냈다.
그가
만들어주는 흙단을 가벼이
밟으도록 그렇게 20년을 살고 하루를 시작한다.
'앵초'가 작아도 이쁨은
들밭의 아름드리 잡초처럼
굳건하게 선 그네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기 때문이다.
'오모수 '아래에
작은 새순이 더위를 이기고
뾰족이 얼굴을 들여낸다.
못난이는
아쉬움 없이
사정없이
"여기선 어찌하오리까?"
매정하게 허리를 잡아챈다.
"어미 곁에 좀 둘 것이지"
밀깡의 말에
"인생을 배우려면 일찍 나서야지"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일생의 반을 한오십 년을 일찍 나선 덕분에
나무와 더불어 꽃이 되어 살고 있다.
작은 분 하나에 인생이 가득하다.
그녀
못난이의 사랑 가득 한 그곳에는
그가
자신의 잘남을 버리고
그렇게
만들어 준 삶의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초록이 무성하고 녹색이 가득한
자연이 있다.
밀깡은
좀처럼 성내지 않는다.
밀깡은
느긋하게 자신을 의지하고
세상의 몸부림에서 인생의 그루터기인
자신의 언저리에 앉은
못난이를
향해
좀처럼 성내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네"라고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며 웃는다.
못난이는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세상의 고단함을 만들어 인내의 나이테를
휘두르는 밀깡을 위해
간구한다.
나무가 외로울까 봐
"꽃이 되어 마음의 융단 밭을 가득 채우리"
라고......,
밀깡은 충청도 토속어로 밀감(귤)을 뜻한다.
사진자료 : '고려분재연구소', '라니원' 협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