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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Aug 02. 2023

Keep the Faith - 본 조비 (상)

본 조비(Bon Jovi)의 시작과 성공

본조비?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시간,

갑자기 "아~ 좋다! 본조비"라고 외치던 친구가 있었다.

삼엄했던 그 시절 야자시간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던 그 친구.


'본조비?'

그때 나는 본 조비(Bon Jovi)를 몰랐다. 팝음악을 듣고는 있었지만, 당시 팝음악 속 나의 세계는 좁디좁아서, 당시 10대 청소년이었음에도 어울리지 않게, 빌보드 장르별 차트로 치자면, 어덜트 컨템프러리(Adult Contemporary)의 음악만 듣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뮤직비디오에서 본 조비(Bon Jovi)를 만났다.

컬러와 흑백을 오가는 영상 속,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수려한 외모의 남성들이 줄지어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었다.

그 노래는 ‘Keep the Faith’였다.


‘Keep the Faith’ 뮤직비디오 속, 본 조비 멤버들(위), 존 본 조비(아래 왼쪽), 리치 샘보라(아래 오른쪽)

중간중간 밴드 멤버들이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뮤직비디오의 주된 내용은, 노래하는 존 본 조비(Jon Bon Jovi)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그 외에 딱히 다른 내용은 없다.


뮤직비디오 속의 존(Jon)은 도심—뉴욕이라고 한다—여기저기로 장소를 옮겨가며, 앉아서, 서서, 또 걸어가며 노래한다. 지금 봐도 오직 리더보컬 존(Jon)의 수려한 외모를 부각시키고, 그것에 전적으로 기댄 뮤직비디오였음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그 뮤직비디오의 의도는 (적어도 나에겐)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노래도 잘하는 저분은 어쩜 저렇게 잘생기고 멋진가..."

를 계속 생각했었던 것 같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각인되어 있다.


'Keep the Faith'란 곡으로 처음 만난 록밴드 본 조비(Bon Jovi), 더듬어 올라가며 살펴본 그들의 음악과 업적은 놀라웠고, 지난날 야자 시간에 친구가 했던 감탄사의 근원을, 뒤늦게나마 비로소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믿음(Faith)

노래 ‘Keep the Faith’는 같은 이름의 앨범 [Keep the Faith]의 수록곡이다.

앨범 [Keep the Faith]는, 1988년 그들의 전작 [New Jersey] 이후 4년 만인, 1992년 11월에 발매한 본 조비(Bon Jovi)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이다.

1992년 발매 [Keep the Faith] 앨범 커버

앨범명 [Keep the Faith]에서, 'Faith'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이 지점에서 나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첫 번째 솔로 앨범 [Faith]가 떠올랐다.

그때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Faith'는, 크게 성공했던 왬!(Wham!)을 뒤로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했던, 자신을 향한 팬들의 큰 믿음에 답하고자 했던, 본인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 같았고...

본 조비(Bon Jovi)의 'Faith' 또한, 비슷한 의미로 느껴졌다.


[Keep the Faith]란 이름을 갖게 된 이 앨범은, 그래서 때가 되어 발매한, 그저 다섯 번째 앨범이 아니다. 본 조비(Bon Jovi)가 이 앨범을 준비할 때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큰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시기였다. 멤버들의 마음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고, 그것이 앨범명에 투영된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결의를 다지는 듯 다섯 명의 멤버가 손을 모으고 있는 앨범 커버가 또한 이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팬들의 큰 기대와 본 조비(Bon Jovi)가 가졌던 부담의 근원은 두 전작의 거대한 성공에 기인한다.


전작의 그늘

1984년 1월, 본 조비(Bon Jovi)는 밴드명과 같은 이름의 첫 번째 앨범 [Bon Jovi]를 발표했다.

앨범에 수록된 총 9곡에서 3곡의 싱글을 발매했는데, 2곡이 빌보드 핫 100에 올랐고, ‘Runaway‘가 기록한 39위가 가장 높은 순위다. 간신히 이긴 하지만 Top 40에 진입했으니, 밴드활동 첫 번째 싱글부터 히트가 된 셈이다.


신시사이저(Synthesizer)로 연주한, 귀에 쏙 들어오는 인트로와 바로 이어지는 비트음이 강렬하다. 이곡 덕분에 앨범도 43위에까지 올랐고, 음악팬들에게 나름의 인상을 남겼다. 음반판매량도 100만 장을 기록했다. 대단히 성공적인 데뷔앨범이라 하겠다.

Runaway(39위)

She Don't Know Me(48위)

Burning for Love(—)


이듬해인 1985년 3월, 본 조비(Bon Jovi)는 두 번째 앨범 [7800° Fahrenheit]를 내놓았다.

이 앨범도 100만 장 판매되었고, 앨범차트 37위까지 올랐지만, 발매한 4곡의 싱글 중에선, 2곡만 빌보드 핫 100에 올랐다. 54위까지 오른 ‘Only Lonely'가 가장 높은 순위라, 수록된 개별곡의 인기면에선 오히려 첫 번째 앨범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을 준다.

Only Lonely(54위)

In and Out of Love(69위)

The Hardest Part Is the Night(—)

Silent Night(—)


그러나... 여기까지는 워밍업이다.


1986년 8월에 발매한 세 번째 앨범 [Slippery When Wet]으로 어머어마한 반전이 펼쳐진다.

1986년 발매 [Slippery When Wet] 앨범 커버

[Slippery When Wet]에서는 총 10곡의 수록곡 가운데, 4곡을 싱글로 발매했다.

첫 번째 싱글 ‘You Give Love a Bad Name'과 두 번째 싱글 ‘Livin’ on a Prayer’가 연달아 1위를 기록하며 질주한다. 4곡의 싱글 중에서 3곡이 빌보드 Top 10에 올랐고, 이중 2곡이 1위를 차지한다.

You Give Love a Bad Name (1위)

Livin' on a Prayer (1위)

Wanted Dead or Alive (7위)

Never Say Goodbye (—)

걸출한 개별 히트곡을 바탕으로, 앨범도 처음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이 앨범 [Slippery When Wet]은 판매량이 엄청났다.

미국에서 1,200만 장이 팔렸는데, 이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매된 모든 앨범을 통틀어 판매량 역대 39위에 해당한다.

팝음악사의 기념비적인 명반들, 예를 들면,

 *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ad](1,100만 장)

 * 비틀스(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1,100만 장)

 * 니르바나(Nirvana)의 [Nevermind](1,070만 장)

 * 유투(U2)의 [The Joshua Tree](1,000만 장) 보다 많이 팔렸다.

  
같은 순위에서 [Slippery When Wet]보다 높은 1~38위 안에는, 대체로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베스트 앨범—이글스(Eagles), 엘튼 존(Elton John), 저니(Journey) 등—이 9장이나 포함되어 있어서, 아티스트의 스튜디오(정규) 앨범만으로는 [Slippery When Wet]이 역대 30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하드록(Hard Rock) 앨범이 이 정도 판매량이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세 번째 앨범 발표 2년 후인 1988년 9월, 본 조비(Bon Jovi)는 네 번째 앨범 [New Jersey]를 발표했는데, 전작 [Slippery When Wet]과 같이, 앨범의 첫 번째 싱글 ‘Bad Medicine’이 또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간다.

1988년 발매 네 번째 앨범 [New Jersey] 앨범 커버

앨범의 총 12곡 수록곡 가운데, 5곡을 싱글로 발매했는데, 5곡이 모두 빌보드 Top 10에 올랐고, 이중 2곡은 1위를 기록한다.

(   ) 안은 빌보드 핫 100 순위

 * Bad Medicine (1위)

 * Born to Be My Baby (3위)

 * I'll Be There for You (1위)

 * Lay Your Hands on Me (7위)

 * Living in Sin (9위)

수록곡들이 이 정도의 히트행진을 했다면, 앨범이 1위를 못하면 이상한 것이다.


앨범 [New Jersey]는 당연히 앨범 차트(Billboard 200) 1위를 기록했고, 미국 내 700만 장의 음반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이 앨범은 수록곡 전체가 상당한 수준이다. 싱글로 발매되지 않은 곡들 'Blood on Blood',  'Wild is the Wind',  'Stick to Your Guns'를 추가로 추천한다—'Wild is the Wind'를 특히 강하게.


앞선 두 전작—[Slippery When Wet], [New Jersey]이 이 정도라면, 차기작에 대해 부담이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 Keep the Faith - 본 조비(Bon Jovi) (중)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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