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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빛과 실 : 우리는 연결될 때 더 반짝인다

by 변대원

도서관에서 잠깐 읽었던 한강 작가의 "빛과 실"을 사서 다시 읽었다.

그녀의 문장은 평소에 잘 닿지 않는 마음속 어딘가를 자꾸 건드린다.


"필멸하는 존재로써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렇다. 분명 전류하고 했다. 나 역시 때론 전율로, 때론 울컥하는 감정으로 흘러가는 그것을 느낀다.

언어라는 실은 우리를 그렇게 연결하고, 우리는 서로 연결될 때 더욱 빛난다.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엮어놓은 책이라는 실타래를 독자가 풀어내면서 둘은 연결된다.

어떤 실은 나와 맞지 않고, 또 어떤 실은 설레며, 다른 실은 묵직하게 심장을 내리친다.

실의 빛깔은 저마다 달라서 나라는 존재의 옷감에 새로운 무늬를 남긴다.


독서란 그렇게 내면의 무늬를 그려내는 과정이다.

내 삶의 투박한 원단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강의를 할 때도 내 말이 하나의 실이 되어 연결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내가 풀어내는 실타래가 닿는 이에게 어떤 무늬로 남을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조금 더 아름다운 무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속에 따뜻한 온기와 사려 깊은 존중을 담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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