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은 비를 맞고 자란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가 온다. 뜨거웠던 대지가 조금씩 차분해진다.
우산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만도 한데,
이 더위를 식혀주는 빗줄기가 오히려 고맙다.
집은 새로 산 에어컨이, 땅은 다시 내린 빗줄기가 식혀준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천천히 맞으며,
사무실을 향해 걸어간다.
여러 가지 바쁜 일로 뜨거워졌던 머리도 산뜻해지는 기분이다.
사무실에 돌아와 오늘 수업 마치고 한 작가님께 받은 앙증맞은 선물을 꺼내본다.
강의 중에 새싹이 자라나는 영상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을 하셨던 모양이다.
나에겐 너무나 특별한 선물이다.
마치 새로 시작하는 법인의 여러 가지 일들이 새싹처럼 자라날 것 같은 마음.
뜨개질로 만들어진 이 아이는 변함없이 이 모양으로 머물러 있겠지만,
나는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을 알기에.
오히려 더 성장하고,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을 때
초심을 돌아보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책상 위 스피커 위에 올려둔다.
다시 봐도 귀엽다.
내가 좋아하는 "문이졸진 도이졸성"이라는 말처럼, 글은 서툼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도는 그런 서툼으로 완성된다.
내가 하려는 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일은 온갖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그래서 여간 답답하고 피곤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서툼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그런 서툼으로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새싹처럼 다시 시작하는 나에게 오늘 내린 비가 축복의 단비가 되어
오늘 하루만큼의 성장을 만들어 주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