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May 14. 2019

책을 천천히 읽는 진짜 이유

우리는 왜 그토록 정독에 집착할까?

질문 : 시간이 많을 때는 하루에 한 권을 다 읽어본 적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빨리 본다고 해봐야 일주일이고, 대부분은 2~3주 이상 걸리는 것 같아요. 정말 한 권 읽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왜 저는 이렇게 느리게 밖에 못 읽을까요? 


답변: 대답을 하기 전에 다음 질문에 먼저 답해보세요. 


독자님은 보통 한 권 읽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지문을 골라보세요.)

① 저는 워낙 느리게 보는 편이어서 일주일 이상 걸리는 편이에요.

② 저는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③ 책에 따라 다르지만 2~3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어요.

④ 어떤 책은 빨리 읽기도 하는데, 어떤 책은 읽다가 한번 덮으면 잘 안 펼쳐보게 되고, 다 못 읽고 덮어둔 책도 꽤 되죠.

⑤ 하루 이틀 안에 한 권은 읽는 편이에요.

⑥ 다른 경우 :                                                                        .                                 


이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를 테니까요. 좀 쉬운 책은 하루에 다 보는 것도 어렵진 않을 거고요. 어려운 책은 일주일 이상 걸리는 분이 대부분일 겁니다. 

사실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문제는 모든 책을 천천히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죠. 그건 명백한 시간 낭비입니다. 앞에서 모든 책을 끝까지 다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책은 빨리 봐도 되고, 대충 봐도 됩니다. 그런데도 저 역시 아주 오랫동안 책을 천천히 읽어왔습니다. 어느 날 나는 왜 이렇게 느린 독서만을 하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불현듯 책을 집착하듯 천천히 봤던 이유를 깨달았어요.


한 번에 제대로 읽고다시는 안 보려고.”

     

충격이었죠. 다시 읽기는 싫으니까, 한 번에 제대로 다 읽고 이해하려고 천천히 보고 있었던 거죠. 사실 다시 볼 가치가 없는 책은 천천히 읽을 필요가 없거든요. 그땐 그걸 몰랐죠. 꼭 다시 읽기 싫다 좋다는 감정 이전에 그냥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을 생각을 못한 거죠. 읽어야 하는 책도 많은데 읽은 책을 또 보는 건 뭔가 엄청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었어요. 책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칠 수 있거든요.

그게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많은가요? 


의외로 책을 다시 보는 경우가 많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게요. 보통 책 한 권에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정리된 글로 표현되어 있지요. 그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쉽지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살아온 경험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책이든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없어요. 물론 자기가 쓴 책은 제외하더라도 말이지요. 자 그렇다면, 책을 한번 읽고 다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할 거라고 봐요.


책을 한번 읽는 것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것과 비슷하죠. 대략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있지만, 한번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후 이 책에서 ‘재독(再讀)’에 대해 자주 언급하게 될 텐데요.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대충 읽어도 되고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됩니다. 왜냐하면 언제든 그 책이 생각날 때 다시 읽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흔히 고전 같은 책은 천천히 깊이 읽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고전이나 철학책도 빨리 대충 훑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지금 내가 읽어서 도움이 되는 책인지 아닌지는 알아야 하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매번 영화만 보고 밥만 먹나요? 이러면 금방 헤어지기 딱 좋지요. 때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때론 경치 좋은 곳에서 만나 함께 걸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잖아요. 

좋은 책일수록 여러 번 봐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보는 게 중요해요. 고전은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어 낭독해보기도 하고, 좋은 구절은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고, 외워 봐도 좋고요. 때론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읽으며 전체 맥락을 이해해보기도 하고, 때론 한 문장을 두고 아주 깊이 지난 경험과 다른 생각들에 비추어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전 12화 직렬독서와 병렬독서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