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읽은 책은 깨끗이 잊어버린다
책에 많은 흔적을 남길수록 더 많이 남는다
혹시 최근 3개월 안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은 어떤 책인지 떠올려 보세요.
그 책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고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내 기억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반복해서 상기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게 망각하게 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요.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읽고 계신가요? 아래 항목을 보고 자신과 가장 비슷한 내용을 골라 체크해주세요. 비슷한 게 없으면 자신의 생각을 적어주세요.
① 저는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좋아해서 그냥 눈으로만 읽는 편이에요.
②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보면 밑줄을 긋거나 책 모서리를 접어서 표시해둬요. 종종 그 페이지를 다시 펼쳐 보곤 하지요.
③ 노트에 기록하고 있어요. 확실히 기록한 책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게다가 나중에는 그 노트만 봐도 책에서 봤던 내용들이 막 떠올라서 좋습니다.
④ 내 경우 :
각자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 방법으로 읽으면 됩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독서법을 찾지 못했다면 자기만의 노트법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구절에 밑줄도 그어보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빈 여백에 적어보세요. 훨씬 풍성한 독서가 될 거예요. 그렇게 책 여기저기에 표시해두었던 내용을 다시 별도의 노트에도 한번 기록해보세요. 단 한 줄만 적어보셔도 좋아요. 설마 중고책으로 다시 팔 생각으로 깨끗하게 보는 분은 없겠죠? 그럴 작정이었다면 애당초 책을 살 필요가 없잖아요. 빌려보는 게 훨씬 더 쉽고 비용도 적게 들 테니까 말이죠.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깨끗하게 읽은 책은 깨끗이 잊어버립니다. 반대로 여러 가지를 많이 메모해놓고, 책에 많은 흔적을 남길수록 더 많이 기억되었고요. 특히 노트에 따로 기록하며 제 생각을 함께 정리한 책은 훨씬 더 많은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옛날에 책은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지요. 책은 아껴서 봐야 하는 귀한 대상이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두고두고 봐야 하는 공동의 자산이었달까요? 지금은 어떤가요? 책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잖아요. 책을 깨끗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의 내용을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이제부터는 책을 좀 막 다뤄보면 어떨까요?
독서의 목적이 책을 읽으며 내용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생각도 자유롭게 적어보고, 접어서 표시도 하고, 다 읽은 소감도 앞뒤에 적어보는 겁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다. 저는 필사하는 책은 아예 필요한 부분만 뜯어서 노트와 같이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물론 가끔 후회할 때도 있는데, 그땐 다시 구입하는 편이에요. 책을 한 권만 사야 한다는 생각도 고정관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