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를 읽는 가장 현명한 방법
나만의 기준으로 책을 만나는 즐거움
질문 : 선생님께서 혹시 추천해주실 책은 없으신가요? 가장 메모를 많이 했다거나 그런 책이요.
답변 : 추천 도서야 많죠. 하지만 오늘은 여러분에게 추천 도서를 알려드리기보다는 수많은 추천 도서 중에서 좋은 책을 가려내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책을 빨리 읽지도 못하는데, ‘읽어야 하는 책’은 너무나 많죠? 그래서 사람들은 가장 필요한 책을 가려보기 위해 추천 도서를 참고해요. 시간은 없고 배워야 할 건 많은데,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여기저기에 좋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그래서 좋은 건 알면서도 이미 질려버리고 마는 게 우리의 현실이지요.
우리는 ‘읽어야만 하는’ 책들을 보기 위해서 ‘읽고 싶은’ 책들을 밀어내지요. 어쩌면 책을 읽기 힘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건 아닐까요?
책은 하나의 지적인 인격체(人格體)입니다. 한 사람의 생각이 하나의 논리로 엮여 있고, 그 논리로 독자와 소통을 하니 인격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거예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처럼 책도 나와 결이 맞는 책이 있고, 안 맞는 책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의 경우 제가 좋아하는 같은 저자의 책이라도 번역자에 따라 잘 맞는 책도 있고, 안 맞는 책도 있어요.
앞서 독서가 연애와 참 비슷하다고 말씀드렸지요?
독서가 연애라면 추천 도서는 마치 사람을 소개해주는 것과 비슷해요. 추천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괜찮다고 생각되어 권하지만, 추천받는 입장에서는 나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진국’이고 좋은 사람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그 사람과 꼭 연애를 해야 하는 건 아니듯이 말이지요.
책도 당장 나에게 끌리는 책이 아니면, 읽어도 그 내용이 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추천 도서는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에서 좋은 책이니까요. 추천 도서를 무조건 읽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나에게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독서가 즐거우려면 반드시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몇 권을 읽었는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계산할 겨를도 없이 책 내용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만화책을 보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은 경험처럼 말이죠.
독서를 할 때 타인의 기준은 그저 참고 사항일 뿐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때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었던 적이 있었어요. 유명인들이 저마다 자기 삶에서 의미 있었던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는 에세이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그 추천 도서가 다 다르다는 겁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책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 사람이 추천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거든요.
하지만 누군가가 알려준 추천 도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 책이 가장 훌륭한 추천 도서입니다. 책은 답이 아니라 길이기에 지금 내가 보고 싶은 책에서 시작하더라도, 분명 더 좋은 책으로 당신을 안내할 것입니다. 내 기준에서 선택하지 않은 경우에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죠. 때론 현명하게 길을 잃어버리기 위해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건 내 길을 분명히 알고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이에요. 내 길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그저 방황만 할 뿐이죠.
우선은 여러분이 원하는 책부터, 지금 읽기 쉬운 책부터 읽어보세요. 타인의 기준에서의 독서, 책 중심의 독서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책 읽기를 시작해보세요. 지금과 책을 다르게 대하고 친해지면, 책은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선물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