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풍경과 그렇지 못한 내 마음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그저 무심한데, 지금처럼 한낮일 때는 시원한 바람이었다가 밤이 되면 쌀쌀한 바람으로 바뀌곤 합니다. 더울 땐 바람이 반갑기만 한데, 추울 땐 매섭기만 합니다.
몇 달 전엔 너무나 뜨겁기만 하던 햇살이 올 가을에는 유난히 따뜻하고 찬란합니다.
지금은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맑고 시원하고, 화창합니다.
그러나 날씨에 따라 온도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은 다 그때그때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 눈과 마음으로 보는 모든 것을 아무리 상세히 적어도 그것을 읽는 사람의 마음의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우리가 글을 통해 읽어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의 정취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 주위 풍경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는 때로 특별하지 않은 글을 읽고도 특별한 감상을 느낄 수 있고,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글을 읽으면서도 웃을 수 있으며, 슬프지 않은 이야기를 읽다가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저 무심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에 따라 쉽게 감정이 변합니다.
나를 움직이게 할 문장은 무심하게도 책 어딘가 우두커니 있지만, 그것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모두가 다른 것을 읽어냅니다.
문득 창밖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