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디자이너 Nov 29. 2021

치유 그림 이야기

어항 속의 물고기,  그림: 진우

“다녀오셨어요. 아버지?”

“그래.”


아버지에게서 돌아온 것은 무뚝뚝한 한마디 대답뿐이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있으면 우리를 차갑게 대했다. 엄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으면서 아버지의 팔을 낚아채고는 나를 힐끗 쳐다보며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아버지가 오면 현관에서 인사만 한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나와 동생은 닫힌 방 문 앞에 잠시 섰다가, 거실에 있는 어항 속 물고기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어항 속의 물고기> 중에서





글을 쓰고 보니 나를 객관화해서 글 속에서 만난다는 것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책에 넣을삽화를 그리고 싶어 졌다. 유년기 상처와 마주해보니 나를 더 보듬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어항 속의 물고기> 그림을 그렸다.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며 두 번째 치유를 받게 되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던 알아봐 주는 것, 그때의 그 아이의 감정을 보듬아 주는 것이 치유의 큰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한다.



그림은 <어항 속의 물고기>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 그림: 진우




어릴 적거실에는 거실 벽만 한 큰 어항이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잡아온 물고기를 어항에 넣었다. 어른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어항 가득 있었다. 낚시 바늘에 찔려 상처나 있는 물고기를 어항 속에 넣으면 불안한 눈빛으로 미친 듯이 어항 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가 지쳐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졌다. 그렇게 어항 속에서 적응해가다가 어느 날 이면 보이지 않는 물고기가 있었다.


나는 멍하니 어항을 자주 바라봤다. 어항 속 물고기가 나와 같은 처지 같아 보였다. 13살 새엄마를 만나면서부터 집이 갑갑했다. 집은 물속처럼 차가웠고, 매일밤 자기 전 울었다. 갑갑한 방 안에 갇혀 새엄마의 감시받는 나나, 좁은 어항속에 사는 물고기, 나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림 속 눈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내 눈일 수도, 나를 감시하는 새엄마의 눈일 수도, 나를 보던 물고기의 눈일 수도 있겠다.



나는 어항 속에서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










아래에 들어갈 삽화를 꾸준히 그려봐야겠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on001












작가의 이전글 어지러움의 공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