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남자는 항상 주도면밀해야 해

by 민경민
1.jpg?type=w800

매년 <대부>를 꼭 챙겨본다는 친구에게 문득 질문 하나를 받았다. 주인공 마이클이 결말부에 상대 조직원들을 다 소탕하고 후속작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 되어버린 것이 모두 아버지 비토의 계획이었냐는 질문.


먼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대부>에 나오는 인물들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면, 대부 돈 비토 콜레오네는 마약 사업을 벌이자는 타탈리아 패밀리 솔로조의 제안을 거절한 뒤로 테러를 당한 상태다. 그리고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의 경호 문제로 부패 경찰에게 대들다 한대 얻어맞기까지 한 아들 마이클은, 자신을 샌님 취급하는 조직 간부들과 형을 설득해 그 스스로 솔로조와 경찰 간부를 총으로 쏴 죽이는 선택을 한다.


원래 마이클은 조직 생활에는 전혀 뜻을 두지 않았다. 그 스스로 아이비리그에 진학했으며,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쟁영웅이 되기도 한다. 의도치는 않았지만(자식이란 게 내 맘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비토의 영향력과 마이클의 지성이라면 충분히 권력가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비토는 마이클이 조직과 멀어지더라도 차라리 다행으로 여겼지만, 와병 중에 마이클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막을 더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고통스러운 얼굴로 가신들을 물리친다.


사실 이쯤에서 답은 나와있는 듯하다. 만약 모종의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마이클이 상대조직을 일망타진하고 냉혈한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그가 유망한 권력가가 되어서 조직원들을 부리는 편이 더 비토의 계획에 부합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비토와 마이클이 독대한 장면에서 자신은 평생을 권력가들의 총잡이나 될 운명에서 주도면밀하게 살 수밖에 없었지만 마이클은 바로 그런 권력가가 되길 바랐다고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첫째 아들 소니는 영락없이 조직 생활을 하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성격이 불 같고 치밀하지 못했으며, 둘째는 무슨 일을 맡기기에는 너무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일은 벌어졌다. 마이클의 순간적인 복수심이었든, 아니면 코를리오네 가문의 유전자가 절로 발현한 것이든 간에, 어찌 됐건 그가 솔로조와 경찰 간부를 총으로 쏴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비토는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아들에게 이 냉혹한 판에서 살아남는 법을 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FmP%2Fimage%2FrCw8O6XaiLFdu_zwF6IVN-NaJPg.PNG
아들아 보아라, 이들 중 욕심을 드러내는 자가 곧 배후일지니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마이클이 대부의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이 필연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도박이나 매춘 정도로 통제 가능한 일만 다루고 있었던 갱스터들에게 마약 사업이라는 새로운 황금마차가 들어오자 대부는 자신이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를 동시에 쥐고 통제하던 이 바닥에 통제할 수 없는 바람이 불어올 것임을 직감한다. 솔로조에게 암살 시도를 당한 순간부터 불어닥친 피의 복수극에서 누구라도 예외는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막대한 이윤 앞 탐욕에 젖어버린 인간들이 있으며 그것이 거대한 배후가 되어 마이클을 끝내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것도 대부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민경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영화, 삶, 인간, '지적 감성인'들을 위한 사유 공간입니다.

1,80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언어보다 강한 침묵